'백미러에 LG가 보인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최근 발간한 사보에 한국 가전업체들의 급성장을 경계하는 기사를 특집으로 게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보는 특히 자동차 백미러에 비친 LG전자 로고를 담은 사진을 통해 'LG가 추격해 오고 있다'는 위기감을 표현하면서 "업계 선두자리를 지켜 경쟁자를 백미러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볼프강 쾨니히 유럽총괄 대표의 발언을 함께 게재했다. LG전자 등 한국 메이커들에 선두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일렉트로룩스 내부에 팽배해 있다는 증거다. 이 회사가 사보에 이같은 기사를 게재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최근 일렉트로룩스 1백50여명의 유럽지역 책임자들이 한국 등의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기 때문. 사보는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한국 중국 터키 가전업체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사보는 한국 메이커들을 '경쟁자'로 표현하면서 이들 회사의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제품 사진까지 게재하고 "한국 등 아시아 가전업체들이 제품 성능을 개선하면서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LG전자 삼성전자 등을 지목하며 "이들은 전자레인지와 같은 (저가의) 전통적 제품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등 (고가의 프리미엄제품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사보는 또 "아시아 지역의 많은 업체들이 하청 역할만 하는 것과는 달리 일부 아시아 기업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있다"는 매킨지컨설팅 오슬로 대표인 트론드 크누드센의 발언도 덧붙였다. 일렉트로룩스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저렴한 생산 원가를 꼽았다. 사보는 "소비자들이 전에 없이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며 "진출하는 분야마다 1등을 하는 소니가 가전 부문에서 손해를 보는 이유는 생산시설이 일본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렉트로룩스는 한국 등 아시아 업체들의 도전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향후 3년간 마케팅 투자비를 두 배로 늘리고 생산ㆍ물류 혁신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사보를 통해 밝혔다. 1901년 설립된 일렉트로룩스는 매출 1백4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가전업체로 AEG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 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가스레인지 가스오븐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도 유럽 시장(CIS지역 제외)에서 세탁기는 60%, 냉장고는 2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업체들의 견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