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녹색괴물' 슈렉이 돌아왔다 .. '슈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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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는 공주에게 키스하기 직전 입냄새 제거제를 뿌린다.
신혼여행 길에 오른 뚱보 공주는 얼굴에 난 솜털을 면도한다.
왕국의 거리에는 명품 상점들이 즐비하며 요정의 집은 숲속 오두막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대형 공장이다.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2'는 전래 동화를 이처럼 현대적으로 비틀어 웃음을 자아낸다.
아름다운 공주 대신 뚱보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그녀가 사랑하는 짝도 멋진 왕자가 아니라 '녹색 괴물' 슈렉이다.
이로써 못생긴 사람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얼짱 신드롬'과 '몸짱 신드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내용이다.
'슈렉2'는 전편에서 역경을 딛고 공주와 결혼했던 슈렉이 공주의 부모이자 왕국을 다스리는 국왕 부부를 찾아가 벌이는 해프닝을 그렸다.
장인과 장모를 만나러 가는 사위 슈렉은 '못난이 콤플렉스'로 고민한다.
잘생긴 주인공들을 내세워 왔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문 설정이다.
'괴물' 사위에 기겁해 그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는 국왕은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반인들을 대변한다.
요정은 자신이 창조한 미남 왕자를 피오나 공주의 배필로 삼고자 공작을 꾸미는 탐욕스런 존재다.
왕자도 사랑보다는 왕권에만 눈독을 들이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외모에 대한 불신은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행복의 약'을 먹는 대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두 사람은 늠름한 청년과 아름다운 숙녀로 변했건만 오히려 고통에 빠져드는 것이다.
가식과 허위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뜻이다.
동화와 영화의 패러디는 이야기 전개에 웃음을 배가시킨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노키오' '백설공주' '미션 임파서블' '스파이더맨' 등의 인물들이 슈렉과 함께 등장하거나 내용이 현대적으로 변용됐다.
명품 가게가 즐비한 왕국의 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베벌리힐스를 닮아 있고 왕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왕실 무도회 장면은 영화제 시상식을 연상시킨다.
3D 기술로 처리된 장면들은 사실적이며 세련됐다.
다만 전편의 뚱보공주 탄생처럼 강력한 반전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슈렉2'는 10일 현재 북미 지역에서만 3억2천1백8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18일 개봉,전체 관람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