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공사(KAMCO) 내부의 투서사건 등으로 지연됐던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재개된다. 최대주주인 KAMCO는 7일 주간사후보를 선정, 15일 전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최종 의결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두 달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 투서사건으로 2개월여 지연 KAMCO는 지난 3월말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예상 매각가격 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거래에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국내 증권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했다. 제안서를 접수한 KAMCO 실무자들은 곧장 평가에 들어가지 않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평가기준 일부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 이를 수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빚어졌다. '평가기준 수정을 통해 특정회사를 주간사로 선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는 익명의 투서가 들어온 것. 강무치 전 감사(당시 현직)가 투서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4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공자위 회의가 무산됐다. KAMCO의 강 전 감사는 관련 직원들의 문책과 검찰 고발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3명의 실무자를 일단 정직 처분했다. 그러나 연원영 KAMCO 사장은 징계된 직원들이 특정 회사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검찰고발을 거부한 것은 물론 인사위원회에 징계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함께 '상부의 지시에 의해 평가표를 수정했다'고 진술해 사태를 확대한 직원들을 지방으로 발령냄으로써 함께 책임지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강 전 감사는 이에 반발, 개인자격으로 실무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태는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못한 상태다. ◆ 정부는 '매각 의지 불변'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KAMCO 내부 문제 때문에 차질이 있었지만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매각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의지에 따라 KAMCO는 매각 담당자를 교체하고 최근 심사위원단을 재구성하는 등 매각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입찰에 참여한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6개사가 심사위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고, 7일에는 내부적인 평가작업을 완료했다.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공기업인 KAMCO가 담당하는 업무라 자칫 KAMCO의 내부 문제로 매각이 계속 지연될 경우 결국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계 회사 관계자는 "매각 일정이 뚜렷한 설명도 없이 지연됨에 따라 본사는 한국 정부가 정말 대우건설을 팔고 싶어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도마에 오른 KAMCO의 '자중지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다시 궤도에 올랐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KAMCO의 허술한 조직관리가 비판의 도마에 올라 있다. 내부적인 평가기준 하나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채 검찰고발과 사실상의 조직개편으로까지 이어지게 한데 대한 문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감사원의 공적자금 관리 소홀 지적과 맞물려 대우건설 처리과정의 문제점이 KAMCO 조직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