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생산 쿼터를 내달부터 2백만배럴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 1997년 이래 최대 증산폭이다. 또 오는 8월 정례회의 때 필요할 경우 50만배럴을 추가 증산키로 합의했다. 이라크를 제외한 OPEC 10개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3일 레바논 정례회담에서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총량 상한선을 일단 2천3백50만배럴에서 2천5백50만배럴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날 합의는 미국 등 석유 소비국들의 압박이 거셌던 데다 고유가로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산유국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경기 팽창으로 하루 세계 석유수요가 지난해보다 1백95만배럴 많은 8천만배럴로 늘어난 데다 테러 불안까지 가세해 국제 유가는 올들어 25%나 올랐다. 그러나 이번 증산 결정에 따른 유가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세이크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회원국들이 이미 쿼터보다 많이 생산하고 있어 실제 추가되는 공급량은 하루 80만∼1백만배럴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다음달 50만배럴 추가 증산 결정을 내리면 더 이상 증산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소진됐다는 이유에서 산유국을 겨냥한 테러 불안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유가 급등폭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탔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