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35
수정2006.04.02 04:37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5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갖고 있는 심경자씨(60·세종대 교수)는 한지와 동양화 채색이라는 전통을 근간으로 30여년째 탁본(拓本) 작업만을 고집해 온 작가다.
나무등걸 돌 기왓장 옛담벼락 등을 종이에 뜬 탁본을 콜라주 기법으로 찢어 붙인 후 수차례에 걸친 채색작업을 통해 은은한 공간미가 느껴지는 추상화를 제작해 왔다.
심씨는 이당 김은호와 운보 김기창을 모두 사사한 작가로 1976년 국전에 비구상 분야가 생긴 이래 최초의 추천작가로 선정돼 화단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몇년간 파리에 머물며 제작한 60여점과 귀국 후의 최근작 등 모두 70여점을 출품했다.
최근작 중에는 종이 콜라주와 더불어 새로운 시도로 한지 원료를 찢어 붙인 작품들도 선보였다.
그의 회화는 자연 이미지를 시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마음의 풍경화'로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정서에 닿는 탁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동양의 탁본 기법과 달리 탁본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우연 효과'를 화면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아상블라주' 기법과도 닮아 있다.
심씨는 탁본을 뜨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을 찾아간다.
한지가 바람에 날리면 안되기 때문에 탁본 작업은 바람 한점 없는 한여름에만 진행한다고 한다.
작가는 "화면에 등장하는 형상이 추상적이지만 누구든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감상하면 그동안 겪은 세월의 흔적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그의 화면은 시를 회화로 번안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평했다.
12일까지.(02)734-611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