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철강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가 포스코와 INI스틸 컨소시엄의 경쟁체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건설 중단된 한보철강의 각종 설비를 인수할 경우 INI스틸 컨소시엄은 쇳물-슬래브-열연강판(핫코일)-냉연강판으로 이어지는 일관공정체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수차례에 걸쳐 일관공정 확보를 시도했던 현대가(家)로서는 숙원을 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철근부문의 독점논란으로 공정위의 기업결합 허가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한보철강 완공까지는 대규모 자금과 시간이 더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핫코일 경쟁체제 구축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하게 되면 포스코의 국내 핫코일 독점구조가 깨지게 된다. 95년 3월 완공 후 현재 가동중단 중인 한보철강 A지구 열연강판 2백만t과 90%의 진척률을 보인 뒤 건설이 중단된 B지구 2백10만t을 합쳐 4백10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는 2천1백만t을 생산하는 포스코에 핫코일을 의존해 왔으며 모자라는 물량만큼은 수입에 의존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포스코 제품을 얻기 위해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에 나서면서 포스코로부터 원재료인 열연강판을 구매하지 못해 한때 갈등을 겪는 등 '핫코일 분쟁'을 치르기도 했다. INI스틸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하게 되면 당장 핫코일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하이스코 고위관계자는 "일단 있는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 가동할 것"이라며 "나머지 설비도 점진적인 투자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우선 냉연강판라인에 투자를 단행해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코렉스 설비는 경제성이 떨어져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대측은 상공정(업스트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으나 쇳물을 뽑아내려면 고로 설비로 대체해야 한다. 현대가 고로 설비 확보에 나선다면 포스코에 이어 '제2의 일관종합제철소'를 보유하게 되나 고로 투자에는 수많은 난관이 버티고 있어 마음을 먹더라도 성사 자체가 불투명하다. ◆철근 독과점 논란 INI스틸 컨소시엄의 한보 인수는 철근 독과점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짙다. INI스틸이 한보를 인수하면 29.5%(지난해 기준)인 시장점유율이 40.3%대로 높아지고 1∼3위 업체의 합계가 75%를 넘어 경쟁제한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INI스틸이 한보를 인수할 경우 독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NI스틸측은 독점의 폐해보다는 국민경제적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측이 기업결합을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채권단과의 협상을 거쳐 인수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INI스틸 컨소시엄은 7천억∼8천억원대의 인수대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 수준에서 최종 인수가격이 결정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여부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인수가 확정되더라도 B지구 정상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1조원에 가까운 추가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정상화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정태웅·이심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