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 라디오와 CD 플레이어,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한 세계 제2위의 소비자 가전업체 소니가 디지털 시대에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거둔 성공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支) 소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20세기 사업모델은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소니가 애플컴퓨터가 iPod 플레이어를 내놓은 지 2년반 후에야 경쟁제품 바이오포켓을 내놓고 애플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iTunes보다 1년 늦게 컨넥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거대기업 소니가 경쟁사에 대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도쿄 시그나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의 무라야마 노부아키는 "환경이 변해 제품개발에 과거처럼 막대한 투자가 필요치 않다"며 "소니는 엄청난 경쟁에 부딪히고 있으며 소니 주가 폭락은 소니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1999년 이데이 회장이 CEO가 된 후 소니의 주식 가치는 4분의3이 떨어졌다. 주가는 2000년 3월 1만6천300엔에서 지난 21일 3천930엔으로 마감됐고 소니의 시장가치는 1천380억 달러에서 330억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스테레오와 덩치 큰 TV가 거실을 차지할 때 소니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 마쓰시타전기나 유럽 제1의 가전업체 로열필립스전자와 나름대로 경쟁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도 소니의 기술혁신에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급했다. 그러나 샤프는 지난해 4.4분기 평면 TV에서 소니를 앞질렀고 캐논은 디지털카메라에서 소니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델과 게이트웨이, 휴렛팩커드 등도 소비자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등 소니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소니의 연간 매출은 과거 5년간 평균 2% 증가에 그치고 이윤폭은 1%에 머물렀으며 2003 회계연도 매출은 720억 달러, 수익은 8억5천100만 달러에 그쳤다. 반면 캐논은 과거 5년간 이윤폭 5.7%, 지난 회계연도 매출 299억, 수익 26억 달러로소니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시장전략가 앨 리스는 "소니는 규모가 너무 크고 너무 다양한 제품이 문제"라며 "이렇게 여러 분야에 뛰어들면 사실상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1995년 다가올 '디지털 물결'에 대비할 것을 역설하며 사장이 된 이데이 회장은 하드웨어와 콘텐츠 결합이라는 소니의 오랜 숙원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의 이를 위해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된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든 구다라기 켄(53)을 지난해 11월 디지털제품 개발 총책임자로 임명했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경영진들에게 2006 회계연도까지 영업이익폭 10% 실현을 주문하고 있다. 소니는 또 전체 종업원의 13%인 2만명을 감축하고 공장 폐쇄를 통해 공장생산용량을 30% 줄일 계획이며 재고 부품 수도 84만에서 10만으로, 벤더 숫자도 4천700이상에서 1천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시그나의 무라야마는 "그들은 변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업구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데이 회장이 비용절감이나 신제품 출시 면에서 충분히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가 지난해 매출 720억 달러 중 65%를 TV와 CD 플레이어, 컴퓨터, 반도체 등에서 내고 이 부문에서 3억3천900만 달러의 손실을 낼 정도로 전통적인 가전부문의 비율이 아직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데이 회장의 경영 장악력이 과거 창업주나 후계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점을 소니 변신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으며 소니가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면 이데이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워크맨을 아날로그시대의 상징으로 만든 비법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 블룸버그=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