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바른 말 하는지도자"로 알려진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1일 `아랍국가연합' 창설을 제의했다. 살레 대통령은 예멘 통일 14주년을 하루 앞두고 행한 TV 연설에서 이라크 전후혼란과 팔레스타인 문제, 중동 개혁 프로그램 등 아랍권이 직면한 도전들을 헤쳐나갈 유일한 길이 아랍국가연합 창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랍 지도자들이 아랍국가연합 창설을 향한 공동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살레 대통령은 특히 오는 28-29일 튀니지에서 열리는 아랍정상회담이 이같은 도전들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난하면서 국제사회가 "시온주의자들의오만함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땅에 국제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함께 단계적 중동 평화안인 로드맵을 국제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행하기 위해선 중동평화 후원 4대 주체들이 역할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은 로드맵과 유엔안보리 결의 242, 338호 등 국제적으로 정통성 있는 결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먼저 휴전을 선언할 것을제의했다. 그는 이라크 문제와 관련, 이라크 헌법을 기초하기 위해선 유엔과 아랍연합 및이라크 과도 행정당국이 힘을 합쳐 이라크의 모든 국민세력을 대표하는 의회를 공동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은 튀니지에서 열리는 아랍정상회담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아랍 신문들은 그가 1990년 5월 22일 남-북 예멘의 통일을 기념하는 경축행사에참석하기 위해 아랍 정상회담에 불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예멘 언론은 튀니지가 지난 3월 일방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를 연기한데 대한 불만 표시로 그가 정상회담 불참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예멘은 이슬람 과격세력의 은신처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주무대로 떠올랐으며, 살레 대통령은 미국과 비교적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에 대해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역내 여론을 주도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 저항세력의 봉기가 지속적인 점령 상황에서 비롯됐다며 연합군은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치안과 안정을 약속했지만 "지금 이라크에는 치안과 안정,민주주의와 자유 그 어느 것도 없다"고 개탄했다. 살레 대통령은 또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 암살사건과관련, 지난 3월 23일 이스라엘 규탄 군중시위를 직접 주도하는 등 역내 쟁점들에 관해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해 왔다. 아랍 지도자들의 "미국 눈치 보기"와 무능, 무기력을 비판하는 여론이 역내에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잇따라 터져나오는 살레 대통령의 소신 발언에 아랍 언론이찬사를 보내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