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과열 억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부지역 경제권이 뜨고 있다. 후베이 후난 장시 허난 안후이 등 5개 성으로 구성된 이른바 '중원(中原) 경제권'에서는 과잉투자 억제 속에서도 외자유치로 뜨겁다. 이처럼 경기억제와 동떨어진 분위기는 동부 연안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이 뒤진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전 지역의 균형성장을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 창사.우한=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 불법에 의존한 과잉 중복투자 시범사례로 중앙정부가 톄번철강 닝보젠룽강철 등 주로 동부 연안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이 '불균형 성장'을 '불균형 억제'로 다스리는 분위기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중앙 지도부의 중부권 중시의 배경 아래 중부 5개성 개발을 위한 개발·발전전략연구과제 소조(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오는 27~28일 첫 회의를 개최한다. 중원경제권의 인구는 중국 전체의 4분의 1이나 되지만 경제 규모는 5분의 1에도 못미친다. ◆과열억제도 못막는 뜨거운 외자유치 열기=중원경제권을 대표하는 후베이성과 후난성에서 지난 16~20일 한국 우호주간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한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한 열기가 동북 3성에 이어 중부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국 우호주간 행사를 통해 1백여개 투자유치 항목을 제시한 후베이성은 LG전자가 현지국유기업과 3세대 이동전화용 통신장비 합작 조인식을 갖고 한국 미생물연구소가 중국 동호그룹과 축산 동물용 백신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하는 등 잇따라 한국의 자본과 첨단기술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무분별한 외자유치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우한시의 경제개발구 관계자는 한국 투자사절단에 "오염이 심한 업종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한은 특히 내륙의 교통중심지라는 이점 덕분에 이토추상사 등 일본기업들의 물류업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후난성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업체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는 보도가 후난TV 등 현지 언론의 주요기사로 다뤄지고 있었다. 후난성 성도 창사의 경제기술개발구에서는 이 지역 최대 기업인 LG필립스 디스플레이공장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기초자 공장이 오는 7월1일부터 브라운관용 유리벌브 생산을 개시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초자는 이 공장의 부지를 지난 50년대 무상임대조건으로 확보했다. 후난성의 허통신 부성장은 "동부 지역에 비해 토지 용수 전력 등 공장운영을 위한 종합비용이 30%가량 적다"며 후난 사람들의 근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과열업종도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키운다=후베이성의 인한닝 상무청장은 "거시조정은 보호할 분야는 보호하고 억제할 분야는 억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경기과열 억제는 저급 수준의 중복투자를 줄이는 구조조정일 뿐 일률적인 투자축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과열업종으로 지목된 자동차다. 중국 3대 자동차인 둥펑자동차의 본사가 위치한 후베이성 우한시의 중신실업 빌딩. 이 곳에서 만난 둥펑자동차의 시에다순 기업문화부 부부장은 "2008년까지 연간 1백7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한 국제화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일본 혼다와 합작한 우한 공장에서 지프를 출시하기 시작한 데 이어 프랑스 르노와도 이달 들어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합의했다. 인 청장은 "후베이 최대 철강회사인 우한철강이 자동차용 고급냉연강판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철강과 시멘트 등 과열업종이 이 지역에서는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균형성장으로 궤도를 수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동북 3성과 함께 중부 지역이 신흥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