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의 발달과 여성 및 고령 근로자의 확대, 고용형태의 다양화 등의 영향을 받아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에선 비정규직이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노동계가 비정규직 증가를 반기고 있을 정도다. 일본에선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불황 탓에 비정규직이 10년전에 비해 50% 가량 늘었다. 선진국중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나라는 네덜란드. 여성근로자의 70% 이상이 파트 타이머일 정도로 시간제근로가 발달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비정규직의 다양화가 오히려 고용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노조가 앞장서서 권장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채용과 해고가 결정되는 미국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에서는 조립라인이나 데이터 입력같은 단순 직종 뿐만 아니라 고숙련 업종으로까지 비정규직 고용이 확산되고 있다. 엔지니어 생명공학자 변호사 회계사 등 지식산업 분야까지 임시직을 쓰는 회사가 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늘어난 서비스 분야 임시직은 21만2천명. 이는 같은 기간 새로 창출된 전체 일자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인력이 세계 각국마다 늘고 있지만 해법에선 우리나라 상황과는 딴판이다. 선진국들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기업들에 정규직에 대한 고용유연성을 보장해주면서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대한 채용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비정규직 해법과 관련, IMF(국제통화기금)가 우리나라에 바람직한 모델로 권고한 스페인은 정부의 재정지원 하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유도하는 대신 정규직의 퇴직금을 대폭 삭감하는 식으로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스페인에선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줄지 않고 정부마저 과도한 재정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정책에 한계를 드러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