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발표한 것은 최근 사회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 민간부문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상당수 비정규직이 공무원화나 정규직화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노.사가 저마다의 강경입장을 고수해 온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민간부문의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사.정간의 마찰도 우려된다. ◇대책 배경과 추진 경과 = 외환위기 이후 노동 유연성 확대와 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 활용이 늘면서 전체 근로자중비정규직 비율이 정부 통계로 2001년 8월 27.3%에서 지난해 8월 현재 32.6%로 급증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근로조건이나 복지 등에 차별현상이 나타나고 일부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처럼 활용하는 등 위법이나 탈법행위의 사례마저발생하는 등 사회 문제로 대두돼 왔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원회는 99년 10월부터 노.사 및 정부의 입장을 듣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2001년 7월 특별위원회를 설치, 공익위원안을 마련했으나 노사간 이견 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걸어왔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비정규직에 대한 남용 방지와 차별 처우 시정을 정책기조로 설정하고, 지난해 3월 노동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대책을 선도하기 위해 공공부문 대책을 마련키로 하면서 논의가 급진전됐다. 이를 위해 기획예산처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기업 및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공공부문 전반에 대해 조사를 벌여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말 노동부에 보고서를제출, 그동안 자료조차 없었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가 처음 드러났다. 또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정규직 업무와 비정규직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 인력을 운용하고 ▲업무내용 등을 감안, 단계적으로 처우수준을 개선하는 등의 비정규직대책 기본원칙을 설정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와 기본원칙 등을 바탕으로 세부 대책안을마련,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23만4천명 가운데 우선 중앙행정기관 등 14만명을 대상으로 10만명 가량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3월 관계장관 회의에 보고했으나 민간파급효과 등을 우려한 경제부처 등의 이견으로 보류되기도 했다. 총선 이후 노동부는 논의를 재개, 관계부처와의 실무회의 등을 통해 부처별.직종별 비정규직 대책을 조율해 왔으며, 지난 7일 총리 주재의 관계장관 비공개 간담회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기각 결정 및 업무복귀 후인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방안을 확정, 이날 발표했다. ◇노.사 입장과 향후 전망 = 정부 대책에 대해 노동계는 일단 `진일보한 정책'이라 평가하면서도 당초 요구사항에는 미흡하다고 판단, 향후 민간부문까지 연계 투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상시위탁집배원의 경우 정보통신부가 이미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으며, 환경미화원도 노조 결성이 확대되면서 단체협약상 정년제를 통해 고용보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대책이 기존 대책이나 약속을 반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또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담당업무를 구분함으로써 담당업무에 따라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으며, 정규직화 요구 등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민간위탁 등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대책에서 제외된 기간제 교사 등 상당수 교육분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또는 공무원화하고, 학교급식조리원 등에 대해서도 일정기간 이상 계속 근로하는 경우는 정규직화해 고용 및 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등은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비정규직과 연대투쟁하는 데 이어 내달 예정된 민간부문 임.단협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의정규직화' 등을 놓고 총력 투쟁을 벌여 나가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 동안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한 여느 쟁점보다 강도높은 목소리를 내온 재계입장에서는 향후 정부나 노동계가 민간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을 놓고 압박해오더라도 쉽게 수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재계는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대책이 기업의 비용증가와 고용시장 악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난해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한번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설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노동시장의유연성 확보 등을 위해 시간제취업, 계약직근로, 파견근로, 재택근무 등 고용형태의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도 최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노동계의정규직 지상주의는 노동시장 왜곡과 고용시장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 과보호 해소와 임금 안정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에 적극 협력할 것"을 주장, 노동계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당장 대책에서 제외된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반발은 제껴두더라도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임.단협 총력투쟁에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정간 마찰의 불씨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노동부가 올해안 입법화를 추진중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비정규직 보호 관련 법에 대해서도 노.사가 팽팽히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여 비정규직 문제는 올해 노.사, 노.정 관계의 '뇌관'으로 작용할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