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으나 미래 성장을 담보할 투자 면에선 더욱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간 재무구조·수익성 등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0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4.7%로, 지난 74년(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1천원어치를 팔아 47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부채비율도 지난 6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설비투자 지표인 고정비율(고정자산÷자기자본)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 재무구조 양극화 심화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2년 5.4%에서 지난해 6.0%로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3.4%에서 2.5%로 급락했다. 1천원어치를 팔아 대기업은 60원을 벌었지만 중소기업은 25원에 그쳤다는 얘기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1백23.4%로 37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나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부채비율(1백13.5%)이 15.4%포인트 낮아진 반면 중소기업(1백46.7%)은 4.5%포인트 하락에 그쳐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간 양극화도 더욱 심화돼 작년 말 부채비율 1백% 이하인 재무구조 우량기업의 비중은 39.4%로 전년(37.1%)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4백%를 초과(자본잠식업체 포함)하는 부실기업 비중도 16.4%로 1.3%포인트 높아졌다. ◆ 4곳 중 1곳은 이자도 못벌어 수익성면에선 경상이익이 적자인 업체가 2002년 조사대상 업체의 18.8%에서 지난해 21.2%로 늘었다. 특히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마이너스 20%를 밑돌아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업체도 7.3%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었다. 이에 반해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20% 이상인 업체는 4.3%에서 4.5%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전년보다 1백6.8%포인트 급증한 3백67.1%로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자도 못 버는 업체(이자보상비율 1백% 미만) 비중은 전년보다 3.3%포인트 늘어난 26.2%에 달했다. ◆ 고정비율은 6년새 절반으로 설비투자의 결과로 고정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나타내는 고정비율은 1백32.2%까지 하락, 97년(2백61.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기업의 전체 자산에서 특허권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2.4%에 이어 해마다 0.1%포인트씩 떨어져 지난해 2.1%까지 낮아졌다. 이에 반해 기업 총자산에서 현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말 5.3%에서 지난해 9.7%까지 높아졌다.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