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가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10.49%를 매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양사는 지난 2000년 맺은 포괄적 전략제휴 관계를 청산하게 됐다. 자본 제휴관계가 해소된 만큼 현대차는 다임러의 뜻과 무관하게 세계 무대에서 독자 행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물론 양사는 이미 진행중인 일부 사업과 관련,당분간 협력 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양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등 근본적인 관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휴 청산 배경 겉으로는 양사 모두 변화된 자동차 시장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유연하고 신축적인 선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재정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결별하게 된 배경은 양사가 신의를 잃은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임러는 지난해부터 아시아 시장 공략의 중심을 중국으로 옮겼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작년 9월 중국 내 현대차의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 합작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02년 현대차가 베이징기차와 합작계약을 맺을 때 법인 출범 후 다른 회사와는 30년간 합작관계를 맺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임러는 현대차에 이렇다 할 양해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간 불협화음은 결국 결별 협상으로 이어졌고 다임러는 미쓰비시 추가 지원포기와 함께 현대차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공동사업 전면 재조정 포괄적 제휴관계가 해소된 만큼 양측은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 추진사업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차는 다임러가 보유 중인 상용차엔진합작공장인 다임러현대상용차에 대한 지분 50%를 인수하게 된다. 또 상용차 합작법인 추진 및 이와 관련한 라이선스 협정은 철회키로 했다. 상용차 사업은 양사가 제휴를 통해 막대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였다. 반면 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간 월드엔진 프로젝트는 지속하기로 했다. 승용 세타 엔진을 개발한 현대차는 당초 계획대로 다임러와 미쓰비시에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현대차는 다음달부터 세타엔진을 양산하고 다임러와 미쓰비시는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신 다임러는 현대차에 중형버스용 상용차 엔진을 공급한다. 양사는 또 부품 공동 구매를 지속하고 당초 계획대로 다임러 관계회사를 통해 현대차의 아토스,베르나를 멕시코에 공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대차의 과제 다임러와의 관계를 청산한 현대차로서는 냉엄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독자 생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자동차 산업은 기술 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선진 기업간 제휴는 신차 및 미래 신기술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현대차는 벤츠 BMW와 같은 최고급(프리미엄) 차량을 스스로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김 부회장은 "JD파워로부터 중형차 부문에서 확고한 품질을 인정받은 만큼 적당한 시점에 프리미엄급차 신차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가 다임러와 결별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같은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용차 사업 역시 해외 파트너를 새로 찾거나 독자 생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대차는 중국측 파트너와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