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아이템에 손대기는 어렵다.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불황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역으로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사업 아이템은 선점효과라는 게 있다. 잘된다는 소문이 난 뒤 뛰어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최근 점포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죽 전문점과 베트남쌀국수점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인 아이템이라고 말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이 시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겹살이나 치킨점처럼 창업은 쉬워도 치열한 경쟁의 벽을 뚫어야 하는 것보다는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틈새시장이 때로는 행운을 안겨줄 수 있다. 걸음마단계인 창업아이템에 과감히 도전,성공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은 두 사례를 소개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 베트남쌀국수 전문점 호아빈을 운영하는 '비엣포코리아'의 박규성 사장(39). 그는 경기도 일산과 서울 서소문에서 각각 직영 1,2호점을 운영하며 총1억원의 월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가 맨 처음 베트남쌀국수(현지어로 '포')를 접한 것은 5년전. 향신료가 독특해 3일에 한번꼴로 즐기던 마니아였다. 그런 쌀국수를 한동안 잊었다가 다시 떠올린건 대학 다닐때부터 손댔던 학원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 아이템을 모색하던 재작년이다. "점포가 넘쳐나는 우리나라에서 남들이 다 아는 아이템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어요.그래서 한때 좋아했던 베트남쌀국수를 떠올리고 시장조사에 들어갔지요.수요가 충분하다는 걸 확인한 다음 곧바로 우리 입맛에 맞는 육수를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베트남쌀국수는 지난 90년대 초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10년이 넘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건 독특한 향신료 때문. 하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베트남쌀국수 맛을 잊지 못하는 미국 캐나다 호주 유학생들이 늘어나 잠재 시장은 크다고 그는 생각했다. "베트남쌀국수의 핵심은 육수인 데요,여기에는 오향 정향 산초 계피 팔각 등 한약재 5가지가 기본 재료로 들어갑니다.이 약재 배합비율을 조절해 한국인에게 맞는 맛을 내는데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저와 아내 동서 처제 등 가족들이 모두 여기에 매달렸어요." 박 사장은 초기에 '한국형 육수'를 개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택 주변 주택가에 향신료 냄새가 넘쳐 주민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끓인 육수를 이웃들에게 돌리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베트남 미국 등지로 출장도 수십 번 갔다왔다. 1호점은 지난해 8월 집 근처 상가건물 3층에 열었다. 사무실이 거의 없어 가족단위 손님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매출이 한달 4천만원 이상 꼬박꼬박 올랐다. 내친 김에 올 1월에는 서소문 오피스가에 2호점을 열었다. 75명을 수용할 수 있는 2호점은 점심 때 되면 곤혹스러울 정도다. 앉을 자리가 없어 손님 30여명은 여지없이 발길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은 평일 2백30만원,주말도 2백만원 가까이 나온다. 시청 앞이 잔디광장으로 바뀌면서 유동인구가 늘어 주말매출이 평일에 육박하는 것. "사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족들 중 찬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베트남 음식점으로 성공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거지요.그러나 저는 처음부터 확신했습니다.육수개발 과제만 해결하면 반드시 되는 사업이라고 말입니다." 박 사장은 가맹점 확대를 서두르지 않는다. 완벽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차근차근 점포망을 늘려갈 생각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받지 못한 정액 로열티(월 50만원)를 내면서라도 가맹계약을 맺겠다는 사람들이 줄서 있다고 그는 자랑했다. 본사 (031)904-7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