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교도소에서 미군 여성이 바닥에 알몸 상태로 방치된 아랍 남성을 묶은 밧줄을 쥐고 있는 사진은 아랍 세계에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사회.종교.정치적 전통을 훼손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6일 카이로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미군 헌병들이 바그다드 인근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죄수들의 옷을 벗긴 채 동성애 장면을 연출한 것은 아랍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철저히 금지해온 일부 금기사항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를 금하고 두건을 쓰고 다니는 여성들도 성(性)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이슬람 사회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들은 전통적인 성(性) 역할을 파괴한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월간 청년지 '카니발'의 사라 시르가니 기자는 죄수들이 단순히 구타 등의 신체적 고문을 당한 것이라면 이것은 아랍 교도소에서도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응이 이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죄수들은 존엄성이 상당히 손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람들은 특히, 성(性)과 신체에 관해 규정된 전통을 고수한다"며 "이번 사태는 그동안 서방 세계(전통)에 대해 추측해온 것을 증명한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카이로 아메리칸대학(AUC) 학생인 야스민 하그리는 이날 교정에서 이라크 포로학대 사진들을 살펴본 뒤 격앙된 목소리로 "문명에 대한 그들(미국 등 서방세계)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