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가 세계경제 회복의 최대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 테러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부에서는 "오일쇼크"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고유가가 "기업비용증가->물가상승->소비위축->경기둔화"라는 악순환을 초래,최근의 세계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3일 "고유가가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 40달러시대 다시 오나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격은 3일 배럴당 38달러를 돌파,40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가격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14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32∼3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 상승폭은 각각 17%,15%에 달한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실질적인 수급보다 테러 확산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연안도시 얀부에서 무장괴한들이 미국 에너지기업인 엑슨모빌과 사우디 업체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석유화학시설에 총기를 난사,외국인 근로자 10여명이 사망하면서 중동 산유국에 대한 추가 테러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클라우드 만딜 IEA 이사는 "(산유국에서) 돌발상황이 한 번 더 발생하면 세계경제에 원유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북반부가 하절기에 접어들면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테러 변수'가 가시화하면서 유가는 예상 밖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세에 '빨간불'


고유가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제동을 걸 최대 복병이다.


무엇보다 고유가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5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5%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대국인 미국은 유가 5달러 상승시 연간 소비가 3백50억달러(41조원) 감소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고유가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세계경제 회복의 '일등공신'인 저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론이 고개들 들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고유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감원 카드를 꺼낼 경우 회복 기미를 보이는 고용시장에 다시 한파가 불어닥칠 수도 있다.


고유가는 상대적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국가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렐코그룹의 애널리스트 마셜 스티브는 "미국 경제는 과거보다 원유 수입에 대한 의존을 줄여 고유가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EA는 3일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가 인플레 압력을 높이고 실업을 증가시켜 성장률을 둔화시킨다"며 "유가 상승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