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할인행사를 해야 하나." 백화점들이 고민에 빠졌다. 봄 정기세일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서울시의 '2004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에 동참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강 행사 계획을 짜고는 있지만 대부분 내심 하기 싫은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시는 최근 '하이 서울 페스티벌 기간 중 할인판매 행사 참여 요청'이라는 공문을 서울 4대문 안의 유통업체와 매장들에 보냈다. 공문은 "…관광업계가 벌이고 있는 그랜드 세일 행사에 적극 동참해 주시고…"라며 백화점들을 독려했다. 4대문 안에 점포가 없는 백화점에도 관련 설명회 때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백화점업계에는 내수경기가 침체될 대로 침체됐는데 할인행사를 더 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 관계자들은 "봄 정기세일이 끝난 지 일주일밖에 안됐기 때문에 소비 여력이 살아나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이 차야 넘치듯 무조건 할인행사를 늘어 놓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들의 대응도 제 각각이다. 신세계는 5월1일부터 9일까지 본점과 강남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특별 세일' 행사를 열기로 했다. 신세계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세일을 하려면 직전 세일 후 20일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일을 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 매출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현대백화점은 4대문 안에 점포가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어서인지 조금 느긋한 표정이다. "별다른 이득이 없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롯데백화점은 세일이 아닌 '초특가 한정판매 행사'로 방향을 잡았다. 서울시가 마련한 국제행사도 돕고 매출도 올리면 좋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8%나 줄어든 봄 세일의 악몽이 백화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장규호 생활경제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