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일본 정부까지 공세를 펴고 있는 마당에 정면대결은 어차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정면 대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SDI는 두 업체가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 세관이 한 쪽의 주장만 듣고 일방적으로 PDP 통관 보류를 결정한 과정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특허소송에서도 전혀 꺼리낄 것이 없는 만큼 법정 다툼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일본 공세에 전면대응 일본의 공세에 맞선 삼성SDI의 대응방향은 크게 두가지이다. 일본 세관의 통관 보류 결정을 뒤짚는게 급선무이고 이어 후지쓰와의 특허소송에 승리해야 한다. 일본 세관은 앞으로 10∼20일동안 삼성SDI와 후지쓰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입을 금지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삼성SDI는 일본 현지 로펌 관계자와 본사에서 파견한 전문인력이 힘을 합쳐 후지쓰가 제기한 수입금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주장하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세관이 수입금지 결정을 내리면 삼성SDI는 즉각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만약 일본 세관이 주어진 기간내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삼성SDI는 공탁금을 걸고 일단 PDP 제품을 통관시킬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일본에 직수출하는 PDP는 월 3천대로 전세계시장 월간 수출물량(5만∼6만대)의 3∼4%미만으로 판매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PDP 판매에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일본 당국이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치를 취해 일본 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을 사실상 견제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특허소송이 결승전 일본 세관에 대한 대응과는 별도로 삼성SDI는 후지쓰와 법정에서 맞부딪친다. 양사는 현재 일본 도쿄 지방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지난 80년대 중반 PDP를 이용한 TV를 처음으로 만든 후지쓰는 화면 밝기문제를 개선한 기술이 특허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90년대들어 일본 NEC와 마쓰시타, 삼성SDI, LG전자 등이 사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 독자적인 방식을 개발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PDP는 원래 모니터나 계기판 등에 쓰였지만 적절한 밝기가 확보되지 않아 TV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을 밝기 문제를 개선해 후지쓰가 TV에 처음 적용했다. 후지쓰는 "PDP에 전압을 가할 때 밝은 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3개 전극 활용기술을 통해 이같은 성공을 거뒀고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또 1초에 60여회 형성되는 TV 화면을 초기화하고 제어하는데 필요한 구동 기술도 자신만의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삼성SDI PDP개발팀장 이광식 상무는 "전극의 개수를 4개까지 적용하는 방식이 있는 등 후지쓰가 주장하는 기술은 이미 그 원리가 다 알려진 것"이라고 맞받았다. 삼성SDI 관계자는 "PDP 관련 특허를 2천건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시장이 성장기에 있어 특별히 표준화된 기술이 없고 새 기술 개발속도도 그만큼 빠르다"며 특허소송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