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가동률 급락과 채산성 악화 등으로 대출원금과 이자를 제때 못갚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달부터 부도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5월 대란설'마저 나돌 정도다. 경기도 안산에서 기계부품업체를 경영하는 김모 대표는 "더 이상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이 없는데다 지금처럼 자금융통이 꽉 막힌 상태에서는 자구책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 평균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67.1%로 지난해 2월부터 13개월째 70%를 밑돌고 있다. 기협 관계자는 "이달 말 발표할 3월중 가동률도 지난달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내수경기 침체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매출이 줄면서 자금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해선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기윤 기협중앙회 조사담당 상무는 "중소기업의 68%가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이 중 49.5%는 금융기관을, 44.9%는 보증기관을 이용하기 곤란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올 1ㆍ4분기 어음결제비중은 43.7%로 전년 동기보다 1.6%포인트 증가했고 판매대금 총회수기일도 1백34.7일로 3.6일 늘어난 상태다. 박근규 의류판매업연합회 회장은 "내수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한도를 13조원에서 11조원으로 줄이기로 한 데다 금융회사마저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중소기업은 문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지난 2001년 5월부터 12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선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의 만기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해 이를 쓴 중소기업들은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프라이머리CB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갚을 날이 채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회사에는 이를 갚을 자금이 없다"고 호소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프라이머리CBO 보증지원을 받은 8백50여개 기업중 20∼30%가 도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5월 대란설'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자금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신용보증기관 출연금을 현행 6천1백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늘려 신용보증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인들은 내수침체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넘길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