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이 진화하고 있다. 잔액 조회와 현금 입출금 정도나 가능했던 자동화기기가 공과금을 수납하고 대출이자도 받는다. 국내외 은행이 상호 제휴해 각 은행의 고객들이 상대방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도 있게 됐다. 카드 없이 지문인식을 통해 자동화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은행도 있다. 국민은행은 전국 1만여개 ATM을 통해 대출이자 납부나 신용카드 대금결제 등 수납 거래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원 단위로 부과되는 대출이자는 천원 단위 미만 처리가 불가능한 ATM을 이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자동이체나 인터넷뱅킹, 텔레뱅킹을 이용하거나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천원 단위 미만 금액을 올림 처리해 수납받은 뒤 차액은 원금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예컨대 대출이자가 1만2천3백45원일 경우 ATM의 무통장 입금란을 선택, 회원의 대출계좌 번호를 입력한 후 천원 미만 절상 금액인 1만3천원을 입금하면 대출이자인 1만2천3백45원이 납부 처리되고 잔액인 6백55원은 자동으로 대출 원금에서 차감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부터 신용카드 결제대금도 ATM을 통해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통장 자동이체 방식으로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하면 자동이체가 영업외 시간(통상 오후 5시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연체로 카드 사용이 정지된 회원이 대금 납부 후 즉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즉시 처리를 위해선 은행 창구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ATM으로 카드 결제대금을 통장에 입금하고 '선결제'나 '청구 연체대금 결제' 버튼을 누르면 즉시 이체가 이뤄져 카드 대금이 곧바로 결제된다. 결제대금 납기일 이전의 선결제 납입은 물론 연체로 인한 카드 정지 해결도 ATM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ATM도 공과금을 수납하고 있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는 서비스는 다음달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신용카드 대금 결제 서비스는 현재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 ATM은 특히 경조사비를 송금할 경우 경조사 관련 문구를 상대방 통장에 인쇄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제일은행은 영업 마감시간 이후에 자동화기기에서 현금 출금이나 이체 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마감 후 수수료로 5백∼6백원을 받고 있다. 외국계 은행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외환은행은 지난 14일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ATM 공유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에서 발급한 현금카드는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전 지점 ATM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의 제휴를 더욱 확대하고 중국은행(뱅크오브차이나)과도 유사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자동화기기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카드가 없어도 지문만으로 자금의 지급과 이체 및 조회가 가능한 '지문인식 자동화기기 거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통장, 도장, 신분증 등을 가지고 은행 창구를 찾아가 손가락 두개의 지문을 등록하면 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