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가스파로비치(63) 슬로바키아 대통령 당선자는 슬로바키아가 서방세계에서 완전 고립됐던 지난 1990년대 중반 블라디미르 메시아르(61) 전 총리의 집권기에 깊숙이 개입했던 인물이다. 그같은 전력으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가스파로비치는 슬로바키아가유럽연합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서 18일 차기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이제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슬로바키아를 다시 유럽의 품으로 확실하게 되돌려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중도좌파 성향의 법학교수 출신인 가스파로비치는 자신이 `독립 슬로바키아의건축가'란 점을 늘 자랑으로 여겨왔으며, 실제로 그는 과거 체코슬로바키아의 이른바 `벨벳이혼'을 이끌어 냈던 독립헌법의 초안을 만들기도 했다. 가스파로비치가 정치인으로 본격적인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공산주의 정권이붕괴된 직후인 지난 1990년으로, 당시 대통령에 당선됐던 극작가 출신의 반체제 인사인 바츨라프 하벨은 가스파로비치를 체코연방의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가스파로비치는 이후 메시아르 전 총리의 카리스마와 민족주의 이념에 매료돼지난 1992년 민주슬로바키아운동(HZDS)에 입당했고 HZDS는 다음해인 1993년 1월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를 쟁취하게 된다. 가스파로비치는 지난 1992년부터 98년까지 슬로바키아의 국회의장을 역임하면서메시아르가 총리로 재직했던 6년동안 그의 `오른팔' 역할을 했으나 이때 슬로바키아는 다른 중유럽 국가들과 달리 사유재산화의 지연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부재로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이 거부되기도 했다. 가스파로비치는 그러나 지난 200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HZDS의 공천자 명부에서제외되면서 메시아르와의 관계가 틀어졌고 결국 메시아르와 결별한 뒤 민주주의 운동을 창설,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그는 최근 유세에서 "나는 논쟁에 휩싸일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주장했으나 메시아르는 TV 토론에서 "당신은 처음에는 상대에게 아부한 뒤 돌아서 뒤통수를 치는 사람"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블라티슬라바 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