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업체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사업 확대는 결국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기존 업체의 구조조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설계 및 공정 기술은 선진국보다 5∼6년 뒤져 있지만 풍부한 자본과 인력, 빠른 속도의 첨단기술 축적,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 의지를 통해 세계 반도체 산업에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 급성장하는 중국 반도체산업


중국은 작년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수요의 12%를 차지하는 3위의 반도체 수요국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반도체사업의 성장세에 비춰, 중국이 오는 2010년께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도 오는 2005년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41억8천만달러, 2010년에는 1백53억5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먼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인텔은 쓰촨성 청두에 2억달러를 들여 조립공장을 건설했으며 하이닉스반도체도 유럽계 반도체 업체인 ST마이크로와 합작으로 메모리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첨단 기술을 흡수하는 속도도 무척 빠른 편이다.


지난 2000년 설립한 중국 SMIC는 미국 모토로라의 톈진 양산라인(fab)을 인수했고 독일 인피니언, 일본 엘피다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해외 전문 기술인력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육성 계획'을 통해 첨단기술 유치에 나서면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과정에서도 지방정부가 파격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 한국 적극 대응해야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D램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위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확고한 기술 우위를 확보한 데다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세대 반도체 시대가 열리면 후발 주자인 중국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


반도체 업계의 '중국 위협론'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마그네틱을 활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고 다양한 응용칩들이 나오면서 반도체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전문 반도체 인적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얼마든지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등 세계 일류기업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도 중국 위협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