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국이다.


단숨에 아시아를 정벌한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미국에 앞다퉈 진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그라비티가 일찌감치 '대장정의 길'에 올랐고 웹젠 프리스톤 엠게임 등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시장은 한국 게임업체들에는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등이 유례없는 인기를 누리긴 했지만 PC 기반의 온라인게임은 콘솔게임과 PC패키지게임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뒤 3년 전 미국에 진출한 '리니지'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미국 시장을 노크해봤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하는 정도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리니지Ⅱ'와 '시티오브히어로'가 기대 밖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스튜디오(MGS)의 글로벌 총괄책임자인 셰인 김은 "한국은 온라인게임 개발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며 "미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온라인게임, 미국 정벌 나섰다


미국 게임시장에서는 콘솔게임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게임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콘솔게임 시장은 86억3천3백만달러, 온라인게임 시장은 31억5천만달러였다.


2005년엔 콘솔게임 시장이 62억2천만달러로 위축되는 반면 온라인게임 시장은 43억1천8백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PC 기반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2년 1억3천7백만달러에서 2005년 4억1천9백만달러로 커져 미국이 한국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그라비티 웹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서둘러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면 PC 기반의 한국식 온라인게임이 자칫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벌의 선봉장은 엔씨소프트.


지난 2000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현지법인 엔씨인터랙티브를 설립하고 전설적인 게임개발자 리처드 게리엇을 영입했다.


2년 뒤엔 아레나넷을 인수했다.


아레나넷은 PC패키지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을 개발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핵심 개발자들로 구성된 회사다.


엔씨인터랙티브와 아레나넷은 현재 차세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을 표방하는 '타뷸라 라사'와 '길드워'를 개발 중이다.


그라비티는 작년 초 '라그나로크'를 내세워 미국 LA에 지사를 설립했다.


김정률 회장은 "유료 동시접속자수가 1만5천명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웹젠과 프리스톤 등은 글로벌서버를 개설, 간접적으로 북미시장을 타진하고 있다.


웹젠은 특히 작년 말 나스닥에 상장, 미국 진출 채비를 갖췄다.



◆ 가능성이 열리나


오스틴에 있는 엔씨인터랙티브 직원들은 지금 '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다.


최근 공개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리니지Ⅱ의 동시접속자 수가 2주 만에 2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 인기 온라인게임인 에버퀘스트의 최대 동시접속자수가 10만명대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컴프USA 등 컴퓨터 소매점에서는 리니지Ⅱ와 시티오브히어로의 특별 패키지가 각각 3만5천개와 4만5천개 팔려나갔다.


로버트 게리엇 엔씨인터랙티브 사장은 "리니지Ⅱ는 탁월한 그래픽과 웅장한 스케일로, 영웅의 활약을 다룬 시티오브히어로는 미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소재와 캐릭터로 미국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레나넷이 이르면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온라인 RPG 길드워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 게임은 최근 미국 유명 게임잡지 'PC 게이머'에서 '올해 10대 게임'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리니지Ⅱ, 시티오브히어로와 나란히 미국 3대 게임잡지인 '컴퓨터게이밍월드'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온라인게임 5'에 꼽히기도 했다.



오스틴(미국 텍사스)=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