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가운데 올들어 주인이 바뀐 곳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경기악화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부실기업이 늘어난데다 일부 기업의 경우 대주주가 경영보다 '머니 게임'에 치중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9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일까지 최대주주가 변경된 건수는 78건(두차례 이상 최대주주 바뀐 기업 포함)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9건)보다 1백% 늘어난 것이다. 최대주주 변경건수는 2001년 1백40건 2002년 1백62건 2003년 2백8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 변경기업이 급증한 것은 코스닥기업의 대주주가 기업경영에 전념하기보다는 '머니게임'에 치중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변경된 상당수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10%를 밑돌고 있어 앞으로도 여러 차례 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의 경영권 변동=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와 회계법인의 깐깐해진 감사 등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코스닥기업이 크게 늘었던 것도 대주주가 바뀐 요인이다. 일부 최대주주는 자본잠식 등으로 회사가 퇴출위기에 내몰리자 경영권을 매각,돈을 챙기고 떠나기도 했다. 올 들어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 중 이미 퇴출됐거나 퇴출이 확정된 곳은 3SOFT 삼화기연 엔써커뮤니티 코리아이앤디 씨모스 피코소프트 디이시스 등이다. 이들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이나 '범위제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들 기업 중 삼화기연과 코리아이앤디는 올 들어 최대주주가 두번이나 바뀌었지만 결국 퇴출되는 운명을 맞았다. '의견거절'로 퇴출이 확정돼 정리매매에 들어간 엔써커뮤니티는 이전 최대주주인 김영진 대표가 보유지분 19.06%를 내다팔았고 회사측은 정기주총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기간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의견거절'로 퇴출된 디이시스는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최대주주와 전 대표 명의의 주식 2백만주(32.47%)를 거륜씨엔씨㈜에 넘겼다. 역시 '의견거절'로 등록이 취소된 씨모스는 담보권 실행으로 최대주주가 지분 5%를 가진 개인으로 바뀌었다. ◆장외기업의 우회등록=인투스 프로칩스 지이티 평화미디어컴 명진아트 등은 장외업체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인투스는 종전 최대주주였던 홍성욱 외 1인이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해 보유주식 1백40만주(10.40%)를 부동산관리업체인 ㈜청원엘앤시에 장외매도했다. 프로칩스의 경영권도 대주주 간의 계약에 따라 장외업체인 반도산업㈜으로 넘어갔다. 디지털셋톱박스(위성방송수신기)와 MP3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프로칩스는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컴퓨터부품업체인 지이티는 성우프린텍이 인수했다. 성우프린텍은 레이저 프린터용 부품인 현상기(토너 카트리지)를 만드는 업체로 지이티를 합병할 예정이다. 지이티는 지난 1999년부터 작년까지 5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평화미디어컴은 조이엔터테인먼트가 지분 25.97%를 확보,새로운 주인이 됐다. CD 제작업체인 명진아트도 최대주주가 박장선씨에서 미디어플래닛(19.23%)으로 변경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