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치닫는 이라크 사태로 미국인 희생자 수가 늘어나면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6월 30일 이라크에 주권을 이양하겠다는 결심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혼란 상황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1년전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종전을 선언한 이래 최악의 유혈사태가 이달 들어 이라크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강경 수니파의 지속적인 저항에 이어 이번에는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추종하는시아파까지 무장봉기에 나서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폴 브리머 이라크 미 군정 최고행정관은 지난 6일 "우리가 문제에 봉착했음을숨길 수 없다"고 시인하면서도 이라크는 여전히 민주화를 향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아칸소주 엘도라도에서 가진 연설에서 "우리는 자유의 진전을 받아들이기 보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려 하는 테러분자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에서의 미군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부시의 업무수행에 대한지지도가 43%로 떨어졌으며, 특히 이라크 정책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의 미국인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치분석가 토머스 만은 "그들은 무질서와 폭력,미국인이 흘려야 하는 피와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을 걱정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이모든 사태를 헤쳐나갈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점차 믿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 주말 워싱턴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만나 이라크 전략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부시가 동맹국들조차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주권이양 일정을 그대로 강행할 계획인 가운데 리처드 루거(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의 입에서 주권이양시한의 연장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다. 루거 의원은 채 90일도 남지 않은 기간에 이라크가 자치의 준비를 갖출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내며 시한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도 6일 "6월 30일 시한은 허구라고생각한다"며 주권이양 일정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케리는 부시의 주권이양 일정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자의적인 계획이라고 지적하며 이라크의 안정과 무관하게 앞당겨 주권이양 시한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희생자가 늘어나고 전투가 확산되면서 이라크 파병 병력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을 도와 군대를 증파할 나라는 현재로선 찾기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이라크 파병 미군이 13만5천명인 데 반해 연합군은 2만4천명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는 자국 군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개월째 여러 나라를 상대로 연합군 파병규모를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과 대테러전에서 전례없는 재향군인 소집이라는 정치적으로 환영받지 못할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이미 이라크에 파병됐던 군인들을 재파병하는 문제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는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가 유엔의 지원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 주도의 점령군을 대신하기 위해 유엔군을 파병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티에리 더 몽브리알 소장은 "지금 당장 유엔에그 일을 맡긴다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로즈마리 홀리스도 유엔에 더 큰 책임을 부여한다고 해서 미국이 수행하는 치안활동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본 경제개발연구소의 이라크 전문가인 사카이 게이코는 유엔이 이라크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위험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아메리칸대학 샤리프 알-무사 교수는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침몰시킨 지 1년만에 이라크에서 '함정'에 빠졌다며 해결책은 "외국군대가 모두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워싱턴.파리 AP.AFP=연합뉴스)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