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미현씨(21)는 온라인게임 '뮤' 마니아다.


그는 하루 1~2시간은 꼭 뮤를 즐긴다.


벌써 2년째다.


그는 "게임은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며 "삭막한 현실과는 달리 사이버상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김씨에겐 게임은 심심풀이로 즐기는 오락 차원을 뛰어넘어 삶의 일부가 됐다.


김씨 뿐만이 아니다.


게임은 10~20대 젊은이들에겐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2003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10~20대의 경우 90%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 게임은 신세대의 문화코드


게임에 열광하는 신세대는 게임을 직접 즐기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스타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구경하려고 게임대회장으로 몰려간다.


지난해 9월 부산 경성대 운동장에서 열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전'에는 3만 관중이 운집했고 두달 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도 2만명이 몰렸다.


게임캐스터 정일훈씨는 "잘나가는 프로게이머들은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의 팬클럽 회원은 40만명에 이를 정도.


웬만한 인기 연예인을 뺨치는 수준이다.


이 덕분에 게임대회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선 게임대회가 1백41회나 열렸다.


총 상금액은 50억원대.


스타 게이머도 40∼50명에 달한다.


온게임넷의 황형준 국장은 "프로게임대회가 열리기 시작한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십만명의 관중이 몰려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며 "젊은이들 사이에 게임이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에 처음 열린 사이버게임축제 '월드사이버게임즈'(WCG)는 국내에서 자리잡은 게임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열린 WCG 예선경기는 2백5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 게임문화 저변확대 시급


온라인게임은 아직까지는 신세대의 전유물이다.


30∼40대 마니아도 없지 않지만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대다수는 10∼20대이다.


더군다나 기성세대의 상당수는 아직까지 게임을 '사회악'으로 치부하고 있을 정도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온라인게임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깬 새로운 문화현상"이라며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 충돌을 완화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정부나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준혁 플레너스 사장은 "기성세대가 온라인 문화를 겪어보지 못한 탓에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며 "부모들이 직접 게임을 경험해보고 자녀와의 거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하는 등 사회 전반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마련한 '가족과 함께 하는 게임캠프'는 일반인에게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게임캠프에 참가했던 경남 양산시 청소년상담실의 이정희 교사(42)는 "틈만 나면 게임에 매달리는 아들이 못마땅했는데 캠프 참여를 계기로 게임이 아이들에게 유익한 여가생활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청소년과 상담할 때도 게임을 적절히 활용할 정도로 게임 예찬론자가 됐다.


우종식 게임산업개발원장은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편견을 없애는 것이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원은 앞으로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게임교실'등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 PC방이 바뀐다


2만개에 달하는 PC방은 게임산업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매출의 절반을 PC방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PC방의 활황은 곧 온라인게임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PC방은 게임에 빠진 실직자나 청소년이 찾는 곳인데다 범죄의 온상이라는 오해까지 받는 등 기성세대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심어왔다.


최근 깔끔하고 아늑한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PC방들이 나오면서 가족이 함께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아케이드게임장 PC방 콘솔방을 아우르는 종합게임장 'G2존'을 에버랜드와 부천역에 개설했다.


DVD방 카페 등도 갖추고 있어 가족이 함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체인 PC방 사이버파크는 10대 문화도시를 테마로 실내장식을 시도, PC방 이미지를 확 바꿔놓았다.


김재형 다음게임 사장은 "PC방이 게임은 물론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문화체험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건전한 게임환경을 만드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