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경쟁을 주장하며 한국의 통신시장 개방을요구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가 정작 한국 통신장비의 미국시장 진출에는 텃세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퀄컴보다 2년빨리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3세대 통신방식인 cdma2000 1x EV-DV(Video&Data) 칩셋과 시스템을 개발,미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퀄컴은 미국내 통신서비스업체들이 이를 채택하지 말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통신서비스업체인 넥스텔과 스프린트PCS 등에서 EV-DV 시험 테스트를 모두 마친 상태다. LG전자[066570]도 올 연말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된 LG텔레콤[032640]이 EV-DV망을 구축할 것에 대비, 적극적으로 EV-DV 칩셋과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퀄컴은 북미지역 통신장비업체인 노텔, 모토롤라, 루슨트 등이 아직 EV-DV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거나 개발중인 점 등을 감안,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EV-DV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퀄컴이 한국 통신업체들의 미국 진출에 이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EV-DV보다 한단계 아래 기술인 cdma2000 1x EV-DO(Data Only) 칩셋을 향후 2년간 더 판매하고 오는 2006년에야 EV-DV로 전환한다는 전략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이 관계자들은 말했다. cdma2000 1x EV-DO는 퀄컴이 개발한 기술이다. 퀄컴은 그러나 한국시장에서는 철저히 자사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실제 퀄컴은 한국업체들이 공동으로 만든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에 대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자사의 `브루(BREW)'를 쓸 수 있도록 한국정부에 압력을가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제소까지 했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월말 정례 한.미통상협의에서 퀄컴의 무선인터넷 기술표준인 `브루'가 `위피'와 호환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콜린 파월 미국무장관도 이달초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했을때 이를지적하며 통상 마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CDMA칩에 대한 로열티로 2조원 정도를 받아간 퀄컴이 또다시 브루로 한국을 영구적인 로열티 상납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최근 SK텔레콤[017670]이 위피 탑재폰을 본격 출시키로 한 것은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퀄컴이 중국업체에 대해 CDMA칩셋 로열티를계속 내려주기로 이면계약을 했다는 얘기도 돌고있다"며 "한국이 CDMA칩셋에 이어브루에까지 로열티를 낸다면 통신사대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