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했는데 언제 작업을 재개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답답하네요."


25일부터 경영악화로 조업을 중단한 경북 구미공단 3단지 내 원사업체인 금강화섬의 차흔호 노동조합 사무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기가 나빠 취직할 데도 없어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공장 안에는 직원 몇 명만이 정리작업을 하고 있을 뿐 하루 2백50t의 폴리에스터를 생산해온 15개 원사 라인은 더 이상 활기찬 기계음을 내고 있지 않았다.


연간 매출액이 1천3백억원에 이르는 중견 화섬업체인 금강화섬이 이날부터 공장 문을 닫은 건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원자재값 폭등 때문.


금강화섬은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조업재개를 추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업계에선 조업재개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약 3백40명인 생산직 근로자의 앞날도 캄캄하다.


이 회사는 작년 8월에도 폴리에스터 직물사업부문을 정리했었다.


화섬업계에는 단섬유 라인의 조업중단 16일째를 맞은 대한화섬에 이어 금강화섬마저 공장가동을 멈추는 등 작업중단 사태가 '도미노'식으로 발생하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섬업계의 연쇄 조업중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H사,S사 등 범용제품만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들도 올 상반기 안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13개 화섬회사 중 동국무역 등 3개사가 워크아웃 상태이고 2개사는 조업을 중단했다.


정상가동 중인 효성 코오롱 태광산업 등 나머지 8개사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에도 불구,화섬사들이 구조조정을 외면하다 최근 원자재인 고순도 테레프탈산(TPA),에틸렌글리콜(EG) 등의 가격폭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일각에서는 부실 기업들의 조업중단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이 저가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이마저 여의치 않다.


이에 따라 밀라노 프로젝트 등으로 섬유산업을 부흥시키려던 대구·경북지역에는 불황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2000년 대하합섬이 문을 닫았다.


이 회사 공장은 LG필립스에 넘어가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바뀌었다.


국내 굴지의 섬유업체인 ㈜삼아는 공장을 폐쇄하고 설비를 뜯어 중국으로 옮겼다.


업체 관계자는 "구미공단에는 전성기 때 5만대에 이르던 직기대수가 중국 등 후발국으로 팔려 나가거나 폐기돼 요즘에는 3만대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3공단,검단공단,서대구공단 등을 지나다보면 대형 섬유업체들의 간판은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엔 다른 업종의 공장 간판이 차지하고 있다.


대구=신경원·유창재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