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불황의 여파가 부유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지역에까지 밀려들고 있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지난 수십년간 성장 가도를 질주해온 강남지역의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곤두박질치는가 하면 한때 불티나게 팔려 나갔던 명품 매장에도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ㆍ가전 업계의 일선 영업부서도 지칠 대로 지쳐 있다.



◆ '강남에도 불황 한파'


강남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들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마이너스 5%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소폭의 플러스 성장을 했던 이 백화점은 유례없는 불경기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97년 외환위기 때는 강남지역들은 그런대로 버텨줬는데 지금은 강남권 매장들도 강북과 별 차이없는 역신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사람들이 지갑을 잠그면서 명품 매출도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할인점인 킴스클럽 강남점은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12%나 줄었다.


고급 술시장에서도 부유층들의 알뜰해진 씀씀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39%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슈퍼 프리미엄(SP)급 위스키는 올들어서는 9%가량 하락세로 돌아섰다.



◆ 백약이 무효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봤지만 소용이 없네요. 이제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LG전자의 마케팅 담당 정창화 부장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올들어 내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혼수 마케팅을 보름이나 앞당겨 실시하고 각종 할인 이벤트도 열었지만 통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10부제 실시에 기름값까지 올라 미칠 지경입니다. 예년 같으면 3월에 50여대씩 팔았는데 올해는 30대도 팔기 어려울 것 같아요."(대우자동차판매 박병용 철산영업소장)


도처에 어렵다는 하소연들이 넘쳐나고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자동차 내수 판매의 경우 지난 1월 7만3천7백47대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41.1% 줄어든데 이어 지난달에도 24.2% 줄어들면서 바닥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 속에서 고유가 지속과 승용차 10부제 실시 등 악재들만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어 차를 팔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게 일선 영업사원들의 얘기다.


에어컨은 1∼3월이 전통적인 예약 판매 시즌임에도 판매 실적이 예년에 비해 30%가량 줄어들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됐던 디지털 TV와 홈시어터 등의 판매량도 크게 감소했다.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정부가 특소세를 20∼30% 낮췄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일훈ㆍ백광엽ㆍ강동균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