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이슬람 저항운동단체 하마스가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새 지도자로 선출, 대(對) 이스라엘 강경투쟁 노선의 불변을 예고했다. 란티시는 22일 이스라엘군에 암살된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의 후계자로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인물이다. 야신이 살아있을 때도 그는 자치지역 내 하마스의 2인자이며 실질적 정치 지도자로 활동했다. 란티시는 야신이 생전에 활동 근거지로 삼았던 가자지구의 하마스 최고 지도자로 야신의 노선을 계승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지도자 선출 수락연설에서도 "셰이크 야신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가 사랑하고 믿었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야신은 이스라엘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무장투쟁으로 이스라엘의 점령통치를 종식시키며, 궁극적으로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을 이슬람 국가로 바꾼다는 이념적 지향점을 제시했다. 란티시도 "팔레스타인 전체가 해방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면서 산하 무장조직들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스라엘을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소아과 의사인 란티시는 하마스의 창설 요원 가운데 한명으로 철두철미한 `하마스 맨'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하마스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고조직 내에서도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돼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장기간 봉쇄정책으로 정치적 식물인간이 된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자치정부와 타협을 거부해 온 인물이다. 또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대이스라엘 잠정 휴전을 이끌어내려는 이집트와 자치정부의 중재도 거부해왔다. 그는 야신이 암살된 직후에도 이스라엘에 대해 전면전을 선언하고 "팔레스타인 땅에서 유대인과 시온주의자들의 안전은 없다"며 강경 보복공격을 경고했다. 하마스로선 야신 암살 이후 자치지역 내 지지도가 급증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대 이스라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자살폭탄테러 등 유혈 보복공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도 이를 경계해 하마스 지도부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경고했고, 하마스가 "가장 극단적인 요원들 가운데 한명"을 새 지도자로 선출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란티시는 야신이 지녔던 정신적 구심점과 카리스마가 결여돼 있다는 한계를 안고있다. 비록 야신은 사지마비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이었지만,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해외에 이르기까지 하마스의 다양한 조직과 파벌들을 통합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였다. 하마스는 군사조직과 다양한 정파, 자선사업 기구 등 개별 조직들이 서로 수평적 관계로 구성돼 있다. 란티시로선 이들 조직과 정파를 망라하는 통합적 지도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당장 란티시의 권한과 지역적 책임의 한계가 분명히 정리되지 않은 인상이다. 하마스 간부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란티시의 지도력이 가자지구에 국한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그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점령지역 전체를 지도한다고 주장하는 간부들도 있다. 란티시는 이와 관련 요르단강 서안은 별도의 지도부를 유지하고 자신은 가자지구를 관할하며, 마샬 정치국장이 하마스의 통합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향후대 이스라엘 투쟁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