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김정태 행장의 연임 문제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옛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정기 주총장에서 김정태 행장의 경영실패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책을 주주들에게 요구하겠다"고 나선 것.이에 대해 은행측은 즉각 노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옛 주택은행 노조도 은행측 입장에 동조하고 나서 조직 내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반(反)김정태 공격 시작=국민은행 내에는 옛 주택은행,옛 국민은행,옛 국민카드 등 3개 노조가 공존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옛 국민은행 노조(국민은행 노조 국민지부)는 22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태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첫 번째 문책 근거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노조측은 "적자를 이유로 경비감축을 지시한 김 행장 자신은 정작 성과급 1백%(8억4천만원)를 받아 시중 은행장들의 4∼5배에 달하는 16억8천만원을 연봉으로 챙겼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국민은행의 대규모 부실은 경영진의 정책 실패와 판단 오류 탓"이라며 "경기악화에 대비하지 않은 무모한 가계대출 드라이브가 연체대란과 건전성 악화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행장이 장기 연임을 위해 지난해 매입한 정부지분을 본인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테마섹홀딩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설문조사(총 2천76명) 결과 직원들의 81.7%가 행장 연임에 반대하는 만큼 김정태 행장의 연임시도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낙원 노조위원장은 "23일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이 같은 노조의 입장을 알리겠다"며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주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입장=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억지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우선 김정태 행장이 작년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성과급 1백%를 지급받은 것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와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은행측은 "임원들의 경영실적을 S,A,B,C,D로 분류,평가하고 B등급을 받을 경우 성과급 1백%(연봉 대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S,A 등급은 기본 성과급(연봉의 1백%)의 1백%,50%를 초과업적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하고 실적이 나쁘면 C,D등급을 부여해 기본성과급의 50%와 1백%를 차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는 경기침체와 국민카드와의 합병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하지만 김 행장의 경우 △1조원 주식투자 후 2천3백억원 수익 확보 △국민카드와의 합병 성사 △정부지분 완전매각으로 민영화 실현 △LG카드 지원과 관련된 은행 입장 보호 △작년 주총 대비 주가 22% 상승 등의 이유로 보상위원회로부터 B등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보상위원회는 정문술 미래산업 상담역을 위원장으로 6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은행측은 "직원들의 보상체계도 임원들과 동일하다"며 "단 직원들의 경우 기본 성과급이 월급여의 6백%인 점이 임원과 다르며 전체 직원의 73%가 지난해 B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임에 대해 직원들의 81%가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은행측은 "이번 설문은 전체 응답자 중 옛 국민은행 노조원이 75%를 차지해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경영책임론','지분매각을 통한 연임시도'에 대해선 "(적자 관련)이미 시장의 평가가 이뤄지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지분매각 관련)"이라고 반박했다. ◆노노갈등 본격화될 듯=이번 내홍은 국민은행 내의 화학적 통합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지난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은 '물리적으로' 통합했지만 아직까지 조직원들간의 '화학적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 갈등의 근본원인은 옛 국민노조로 대표되는 국민은행 출신들이 은행 내에서 느끼는 소외감 때문"이라며 "옛 주택은행 출신들이 통합 국민은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대한 옛 국민은행 직원들의 반감이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옛 주택은행 노조는 옛 국민은행 노조의 이번 주장에 반대하고 있어 은행 내의 '노노간 갈등'도 예상된다. 옛 주택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 경영이 어려울 때 경영진을 뒤흔드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은행 적자의 주된 원인은 경영진의 정책실패라기보다 옛 국민카드와의 합병에 따른 손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