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빗 2004'전시회는 많은 관람객들에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혁신적 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게 관람객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컨버전스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휴대폰은 숨을 고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멘스 등 일부 업체들의 몇몇 아이디어 상품만 눈길을 끌었을 뿐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독립관까지 마련해 참가한 보다폰,T모바일 등 유럽의 거대 이동통신사업자들도 TV,MMS(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VOD(주문형 비디오) 같은 평범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연에 그쳤다.전자산업부문에 참가한 기업들도 "그간 각종 전시회에서 발표됐던 제품들을 다시 챙겨 이번 전시회에 참석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하노버의 IT(정보기술) 인프라는 15년간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전시회가 열린 도시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호텔에 설치된 인터넷은 ISDN(종합정보통신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나마 제대로 연결이 안돼 인터넷 사용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시장내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찾아보기 쉽지않은 실정이다.수준 이하의 통신시설임에도 요금은 오히려 '살인적'수준이다. 호텔에서 팩스 1장을 한국으로 전송하는데 7유로(약 1만원)이고 전시회 입장료도 무려 35유로(약 5만원)에 이른다. 세빗 관람객은 지난 2000년 80만명을 최고로 매년 감소 추세다. 참가업체수,임대 면적도 마찬가지다. 주최측은 올해 관람객을 60만명선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고개를 끄떡이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또 다른 정보통신 전시회인 컴덱스는 IT경기의 침체로 이미 업체들의 외면을 받고있다.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면서 세빗도 '컴덱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노버=김태완 산업부 IT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