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유럽 최대 반도체 메이커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손잡고 중국에 총 투자비 2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운다.
하이닉스는 ST마이크로와의 합작으로 투자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안정적 판로를 확보,대외신인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3백mm 웨이퍼를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기술까지 중국으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하이닉스와 채권단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중국공장 건설공사에 들어가기로 하고 전략적 투자자로 ST마이크로를 선택, 5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 경영진들은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제네바(스위스)를 수차례 오가며 극비 협상을 벌여 하이닉스가 현물 포함 5억달러, ST마이크로가 현금 5억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지방정부가 나머지 자금을 부담하는 형태의 합작에 원칙적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는 중국 3개 지방정부와 진행하고 있는 공장부지 협상을 다음달 중 마무리한 뒤 ST마이크로와의 공동투자를 포함, 종합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ST마이크로는 지난 87년 이탈리아 반도체업체인 SGS와 프랑스 톰슨(Thomson)의 합병으로 출범한 회사로 아날로그 집적회로 등 시스템 LSI를 주력으로 하는 비메모리 전문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72억3천만달러로 인피니언 필립스를 앞질렀으며 세계적으로는 도시바(75억7천만달러)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ST마이크로가 하이닉스와 중국공장 합작을 추진하는 이유는 자사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멀티칩 패키지(MCP) 사업을 강화하고 성장성이 뛰어난 중국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로선 회사의 존망이 걸려있는 중국사업에 세계 굴지의 업체를 파트너로 끌어들임으로써 국내 채권단 지원 없이도 투자 재원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게 된다.
조일훈ㆍ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