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두 자리 수의 고율 임금 인상을 요구해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총이 17일 대기업에 임금 동결 지침을 내려보내 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사간 갈등이 예상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 요구율의 중간 수준인 6%를 적정 임금인상률로 제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측의 요구율 격차가 너무 커 임금 협상을 둘러싼 노사간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왜 동결 제시했나


경총은 이날 올해 경영계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3백명 이상 대기업은 임금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되 중소기업은 국민경제 생산성 기준에 입각, 3.8%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ㆍ사ㆍ정 사회협약 정신에 따라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자제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차별 해소를 통해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즉 임금 격차를 좁혀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줄여 나가자는 의도다.



◆ 노동계 반발


그러나 경총의 대기업 동결안에 대해 노동계는 오히려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총 지침에 따를 경우 성과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진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5.2%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 3.8% 인상안으로는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개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성명에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임금, 노동조건 악화로 악용하는 경총 지침은 현장 노동자들의 강한 저항과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경총 주장대로 임금을 동결하면 지난해 물가인상률 3.6%를 감안할 때 노동자 실질임금은 3.6% 하락하게 된다"며 "대기업 임금을 동결하면 중소기업도 동결되는 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결국 빈부 격차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올해 임금인상률로 한국노총이 10.7%, 민주노총이 10.5%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 실질적 가이드라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정진호 동향분석실장은 올해 적정 임금 상승률을 6%로 산출했다.


이는 노동계와 재계 요구의 중간 수준이어서 올해 사실상의 임금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연구원이 제시한 인상률은 올해 실질경제 성장률 예상치 5.2%에 물가상승률 예상치 2.9%를 더한 데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율 2.1%를 뺀 명목임금 상승률이다.


이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 9.2%보다 3.2%포인트 낮은 수치다.


정 실장은 "2002년 이후 최근까지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3∼5%포인트 높게 지속되고 있다"며 "이처럼 적정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임금 상승률 때문에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최근의 높은 임금 상승률은 대규모 사업장의 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계층간 임금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