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원자재난의 후폭풍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조업차질을 빚으면서 공장가동에 비상이 걸린 데다 원자재마저 구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만들수록 손해'를 입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 대기업 생산차질 현실화 중공업체인 H사 등은 발전기 모터생산에 필요한 코어를 구하지 못해 조업단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2주가 고비"라며 "이 때까지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면 완제품 생산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재가 들어오면 공장을 돌리는 '천수답식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도 부품업체들이 하나 둘 조업단축 상태에 돌입, 완성차 업체의 생산차질을 예고하고 있다. 브레이크 시스템을 만드는 K사는 지난주부터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조업단축에 들어갔으며 승용차용 변속기를 만드는 D사도 특수강 공급 부족으로 공장가동을 부분 중단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보유한 부품의 적정재고가 2주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햇다. 실제로 기계 중공업체가 밀집한 창원공단의 공장가동률은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1월에는 80%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7%와 비교, 5%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원자재난으로 정상적인 생산을 하지 못한게 결정적 원인"이라며 "지금은 가동률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납품업체와의 갈등 심화 주물공업협동조합은 현대ㆍ기아차 등 이달 말까지 kg당 2백원씩 납품가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지난 8일 한 차례 공급을 중단한 주물조합 회원사들은 현대차가 제시하는 인상안(kg당 1백1원)으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현재 납품가로는 도산 외에 다른 길이 없다"며 "최소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보전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업체인 L사는 일부 협력업체가 이미 받아놓은 수주마저 반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 기존에 수주한 가격으로는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게 협력업체의 항변이다.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중소 기계업체들의 채산성 악화가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재고소진에 따른 조업감축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