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 '69'ㆍ'코인로커 베이비스' 동시 번역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일본 신세대의 저항정신과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현대사회의 시대적 문제를 가장 앞에서 읽어내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도 불린다.
국내에도 상당수의 고정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 '69'(작가정신)와 '코인로커 베이비스'(북스토리)가 동시에 번역돼 나왔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69'는 1969년을 뜻한다.
당시는 파리학생운동의 여파로 도쿄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던 때다.
한편에선 베트남 전쟁의 총성이 들려오던 격동의 이 시대에 고교생이었던 작가는 학교에서 시위를 주동하다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 때의 추억을 되살려 쓴 작품이 바로 '69'다.
미군기지가 있는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미국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고,반전(反戰)을 외치면서도 예쁜 여학생들에게 이끌리던 젊은이들의 좌절과 방황,사랑과 우정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냈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달리 '69'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작가의 말처럼 작품은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에 대해서도 묻는다.
'코인로커 베이비스'는 작가에게 노마문예신인상을 안겨준 작품.태어나자마자 역 구내에 있는 코인로커(물품보관함) 안에 버려진 두 아이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물질만능주의와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밝은 분위기의 '69'와 달리 이 작품은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상황묘사와 독특한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공포감마저 들게 한다.
작가는 마지막 부분에서 '다투라'라는 미지의 물질을 등장시켜 현대문명을 부정하는 충격적인 결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의 문명은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