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사들이 `부실' 공시를 쏟아내며 투자자들을 골탕 먹이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15일 증권 당국과 증권업게에 따르면 일부 상장사와 등록기업은 설익은 공시를내놓은 뒤 주요 내용을 고치거나 장 마감 이후나 주말에 `악재'를 발표하는 등 악습이 반복되고 있으나 감독 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설익은 공시후 `그게 아냐' 고쳐 이미 발표한 당기 순이익이나 매출액 등 주요 경영 실적이 부풀려지거나 축소됐다가 슬그머니 고쳐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기 업인 케이피티[054410]는 작년 매출액과 경상이익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각각 17%와 23%라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가 이달 12일에는 매출액 증가율을 14%로 낮추고 경상이익은 오히려 60%나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아세아조인트[013340]는 작년 당기순이익 증가금액을 9억2천345만원으로 지난달25일 밝혔다가 이달 13일 9억1천654만원으로 줄였고 에쓰에쓰아이[031800]는 작년당기순손실액을 102억7천301만원에서 120억9천649만원으로 정정했다. 상장사인 한솔LCD[004710]는 작년 매출액을 5천94억3천374만원으로 지난달 12일공시했다가 한 달 만인 이달 12일 3천868억54만원으로 대폭 줄여 매출액 증가율이 34.4%에서 23.6%로 크게 줄었다. 또 코스닥기업인 서울전자통신[027040]은 지난해 12월23일 77억4천419억원의 특별이익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나 이달 12일에는 규모를 대폭 줄여 58억2천199만원으로정정공시를 냈다. 이들 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둔 외부 회계기관의 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 판단의 주요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실적에 대한 `고무줄'공시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장 마감.주말 등 `얌체 공시' 속출 실적이 저조하거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장 마감 이후나 주말에 슬쩍 공시하는 `얌체파'들도 속출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인 VON[033190]과 대흥멀티통신[037250]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라는 사실을 주말인 지난 13일 자진 공시했고 코스닥증권시장은 관리종목 지정이나매매거래 정지(3일간) 조치를 받을 수 있는 투자유의 종목으로 안내했다. 같은 날 코콤[015710], 와이즈콘트롤[033310], 파워넷[037030], 제일엔테크[053330] 등은 작년 당기순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고 공시했고 쓰리소프트[036360]는 자본금의 74.7%인 21억7천772만원의 특별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감소한 SK[00360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일제약[000520], 덕성[004830], KEC[006200], 한신공영[004960] 등 거래소 기업들의감사보고서도 지난 13일 공시됐다. 현대시멘트[006390]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0억8천2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고 이의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돼 불복 절차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내용을역시 주말에 발표했다. 앞서 코스닥 기업인 삼화기연[033210]과 아이엠알아이[039000]는 자본 완전 잠식 사실을, 룸앤데코[067130]는 자본잠식률이 87.31%에 이른다는 사실을 각각 정규시장과 야간시장 마감 이후인 지난 12일 오후 9시를 넘어 공시하기도 했다. ◆감독 당국도 속수무책 상장.등록사들의 부실 공시 이후 정정이나 얌체 공시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감독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회사들이 하루에도 수 백개에 이르는 데다경쟁 업체와의 눈치 살피기 등으로 마감시한 막판에 몰리는 바람에 제출 여부 확인에만 그치고 있다. 제출 마감 직후 사업보고서에 대한 내용 확인에 나설 예정이지만 그나마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일부만 골라 점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감독 당국의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정 또는 얌체 공시가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의도적으로 공시를 늦추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공시한 뒤 고친 경우는 마땅히 제재하겠지만 적발하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앞으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런 부실 공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이 커다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사업보고서제출 시한 이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확한 공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