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총은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주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SK㈜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것이 SK㈜에 늘 긴장감을 줄 것이고,또 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소액주주) SK㈜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후 SK 계열사인 '팍스넷'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토론실은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가득했다. 소버린을 지지하며 위임장을 보냈다고 밝힌 투자자에서부터 소버린을 믿을 수 없다며 SK측에 표결해 달라는 요청까지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소액주주들에게 이번 주총에서 소버린이 보여준 행보는 매우 색다른 것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소액주주의 표심이 경영권 향배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고 소버린이 개최한 이사후보들과의 간담회는 소액주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선임할 경영진이 어떤 인물인지 정견을 들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물론 "경영권을 장악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이사회 장악과 최고경영자 교체에 나선 소버린의 치밀한 전술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다.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열기를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군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주총은 최태원 회장측의 승리로 끝났다. SK가 우려했던 소액주주들의 소버린 지지는 의결권의 1.7%에 그쳤다. 최태원 회장은 이사회의 70%를 사외이사로 채우고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최 회장은 최근 일본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와의 대담에서도 "각각의 이사회와 경영진에 모든 권한들을 넘겨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책임"이라고 밝히는 등 계열사별 독립경영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국제 투기자본은 죽어가는 사람 입에서 금이빨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경계하고 있지만,동시에 "소버린이 들어와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내세워 압박함으로써 SK㈜의 시가총액은 7천억원에서 5조원대로 올라섰다"며 여전히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SK가 투명경영 의지를 적극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