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탄핵가결] 재계 또 다시 비상경영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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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재계는 충격과 경악 속에 즉각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향후 미치게 될 엄청난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12일 오전 TV로 중계된 국회 표결과정을 지켜본 뒤 삼삼오오 모여 착잡한 심정들을 나누며 앞날을 걱정했다.
이라크 전쟁에 이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대선자금 수사와 국제 원자재 파동 등 지난해 이후 온갖 악재들을 딛고 버티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초대형 악재가 터진데 대해 허탈해하는 분위기까지 감돌고 있다.
◆'정국 불안'이 가장 큰 리스크
기업들은 이번 탄핵사태가 종전의 정국 불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측면에서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정치에서 크고 작은 정쟁들이 끊이지 않았고 대화보다는 대결국면이 조장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제반세력이 사활을 걸고 대립하는 사태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 운영의 최고 사령탑이 일시적인 공백상태에 빠지는데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기업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대결구도가 심화될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LG 관계자는 "탄핵 파문에 따른 경제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혼란이 조기에 수습돼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한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 투자를 시작한 일부 기업들의 경우 탄핵정국에 상당한 불안을 느낄 공산이 크다"며 "한국 정치권이 하루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다시 꺼내든 비상경영
대다수 기업들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독려하는 가운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삼성은 주요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기획 영업 재무 대외관계 등의 업무를 재정비하도록 하는 한편 위기상황에 대비한 위기의식 재무장과 원가절감 방안을 주문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현대차 측도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판매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침을 국내 영업부서와 해외 지사에 내리기로 했다.
항공과 해운을 주력으로 하는 한진그룹은 최근 스페인의 폭탄 테러사태까지 겹쳐 이중 삼중의 위기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국 불안이 경기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