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 나스닥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졌고,안으로는 대통령 탄핵 정국과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개별종목선물,옵션 동시만기)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유일한 매수주체였던 외국인의 태도를 1백80도 변화시켰다. 지난주 초 하루에 수천억원어치를 사들이던 외국인은 매수강도를 떨어뜨리더니 최근 이틀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종합주가지수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4일 연속 하락하며 88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지난 한달간 한국 증시는 미국증시와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미국증시가 조정을 받아도 종합주가지수는 올라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국증시가 올랐으나 나스닥 2,000선이 깨지면서 한국증시도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지수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외의 외환(外患) 나스닥지수의 2,000선 붕괴는 투자 심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별한 돌발악재가 없이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부담이다. 그동안 IT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었던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 등 기술주가 주력 종목인 한국시장은 나스닥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여있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나스닥지수의 하락으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가 10일 동반 약세를 보였다"며 "주력 종목이 기술주로 구성된 대만과 한국의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내우(內憂) 당장은 트리플위칭데이가 문제다. 10일 외국인은 대량으로 선물을 매도하면서 프로그램 매물을 시장에 쏟아냈다. 만기일인 11일에도 상당한 물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기일 이후 현·선물간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선물시장까지 독차지하는 등 수급구조의 균형이 깨진데 따른 결과다. 탄핵 정국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인들은 이날도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공격적인 매매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관들은 대량 매도로 대응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까진 탄핵정국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사태추이에 따라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미국 뮤추얼펀드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 등 국제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위안이다. 따라서 조정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미국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던 부분이 조정을 받고나면 다시 오름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며 "전저점인 860선 아래로 떨어지면 지수가 반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n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