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가 9일 31억 달러의 부채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키로 결정함으로써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앤 크루거 IMF 총재 대행은 부채 상환 기일인 이날 가진 막판 전화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은 즉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측의 IMF 부채 상환 결정은 키르치네르 정부가 IMF에 2차 경제진단보고서 `선(先)승인'을 부채상환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면서 IMF측과 첨예한 갈등을빚어온 끝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아르헨티나 정부의 IMF 채무 상환 거부 움직임으로 불거진 디폴트 위기사태는 일단 벗어나게 됐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 수습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외채 상환을 둘러싼 디폴트 위기는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채 상환에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와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분석가는 양측이 내년도 IMF 프로그램 조건을 협상하게 되는 올여름에 디폴트 위기가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그동안 IMF가 아르헨티나의 상환금 대부분을 되돌려주는 내용의 제 2차 경제진단 보고서를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9일이만기인 31억 달러의 IMF 부채를 상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IMF는 2001-2002년 경제위기를 맞았던 아르헨티나와 맺은 133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정에 대한 점검의 일환으로 2차 경제진단 보고서를 곧 낼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IMF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31억 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아르헨티나가 갚을 경우 같은 액수의 채무를 연장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IMF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해외 채권자들과 "성실하게" 채무 상환 문제를 협상하고 있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맞서왔다. IMF는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에 해외 채권자들과 디폴트된 1천억달러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신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해 왔으나,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채 액면가의75%를 감면해줄 것을 요구해 채권자들과 IMF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에도 IMF로부터 빌린 29억달러를 갚지 않다가 이후 장기협정을 통해 이를 상환했다. 아르헨티나는 4년간의 경제위기 끝에 지난해 8.4%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며 2004년에도 6.9%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부에노스아이레스 AP.AFP=연합뉴스)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