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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혁신 시대를 열자] 제2부 : (5) '큰 흐름을 주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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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서울대 재학시절 '컴퓨터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게임사업의 꿈을 키웠다. 그는 동아리에서 유닉스(UNIXㆍ미국 벨연구소가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를 처음 접하며 롤플레잉게임(RPGㆍ역할수행게임)이란 '보물'을 찾았다고 회고한다. 지금과 달리 당시엔 컴퓨터 그래픽도, 네트워크도 없었던 시절이어서 문자(텍스트)기반의 단순한 게임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많은 사람이 그래픽을 가미해 실제처럼 느껴지는 가상현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즐길 날이 받드시 올 것으로 믿었다. 온라인 게임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97년 3월 그는 대학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 역삼동에 엔씨소프트를 설립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신생 벤처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비디오 게임이나 오락실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온라인 게임이란 개념을 아무리 설명해도 창업투자사나 대기업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만 보였다. 할 수 없이 PC통신 업체의 시스템통합(SI) 관련 업무를 하청받아 근근이 버텨내며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 98년 9월 '리니지'를 개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주위 상황은 짙은 안개속에 휩싸여 있었다. 초기 동시접속자가 50여명에 불과했고 좀처럼 숫자가 늘지 않았다. 인터넷 보급이 여전히 미흡했던 데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도 아직 확산되지 않은 탓이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연말에 가서도 동시접속자는 1천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 보급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네트워크와 컴퓨터의 성능도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엔터테인먼트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6가지 방법중 하나로 꼽는 '시간의 흐름을 살펴 거스를 수 없는 추세 변화에 참여하라'는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큰 흐름은 엔씨소프트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까에 대해 고심하고 있던 PC방 업주들이 '리니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게임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평가한 것이다. 리니지는 이전 게임과 다른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었다. 초보자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조작을 쉽게 했고 게임 참가자들이 마치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일정한 조직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했다. 대표적인 예가 '공성전'(攻城戰ㆍ성뺏기 싸움)이다. 수십명의 게이머(gamer)들이 한 팀(혈맹)을 이뤄 맹주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공성전의 승자는 게임 내에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게 된다. 공성전에 대비해 수십명의 게이머들이 한 곳에 모여 마치 실제 전투처럼 지휘자의 명령을 받아 사전 준비를 하는 일이 생길 정도다. 리니지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공성전 개념은 가치혁신을 이끌어내는 핵심 원동력이 됐다. 당시 대부분 젊은 게이머들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즐기거나 오락실에 가는 정도였다. 친구들과 함께 오락실에 가더라도 게임은 결국 혼자서 하는 취미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성전은 이런 한계를 일시에 무너뜨렸다. 리니지는 게임이란 공간 속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대화하고 위계질서를 만들며 능력에 따라 각자의 분신(아바타)을 키워 나갈 수 있게 했다. PC통신과 인터넷 커뮤니티가 갖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에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이 갖고 있던 '오락적 요소'를 결합, 온라인 게임이란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재미를 느낀 게이머들은 친구들에게 참여를 권유했고 접속자 수는 급증했다. 동시접속자 수는 99년에 1만명으로 늘어난 뒤 2000년에는 10만명으로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온라인 게임은 PC게임과 비교해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안정성이 다소 떨어진다. 또 서버에 접속해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는 만큼 고객 불만에 하나 하나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단품 게임 소프트웨어를 팔면 끝나는 PC게임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PC게임이 가질 수 없는 양방향성을 갖고 있다. 화려한 그래픽을 기반으로 영화 같은 탄탄한 스토리 속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격도 PC게임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PC게임처럼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한 유통망을 가져야 하는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에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가치혁신 기업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천6백6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리니지Ⅱ 출시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무려 33%에 달했다. 올해에는 매출 2천5백억원, 영업이익 1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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