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삼성생명이 부당한 회계처리로 계약자 몫을 주주 몫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직설적 공격일 뿐 아니라 관련 보도자료가 금감위 전체의 의견이 아닌 부위원장 '개인 의견'이라는 형식으로 발표됐다는 점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관례 벗어난 보도자료 금감위는 지난 5일 금감위 합동간담회와 관련,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평소 같으면 "금감위는 (기존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험사들의 회계처리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돼 있어야 할 자료가 "이동걸 부위원장이 조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나온 것. 해석에 따라서는 이 부위원장의 개인 의견임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돼 있다. 실제 이 부위원장은 그 전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이 감독규정을 어기고 1조7천억∼2조원 규모의 계약자 몫 이익을 주주 몫으로 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설명에 나선 금감위와 금감원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삼성생명이 감독규정을 위배한 것은 아니다"라며 "관행상 그렇게 해온 것일 뿐 이런 혼란이 있어 감독규정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삼성생명 무죄론'을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합동간담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 보도자료로 나왔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전날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대목이다. ◆ "사고쳤다" 지적 잇달아 이 부위원장이 1년간의 침묵을 깨고 금감위란 조직의 관행과 브리핑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시한 채 '언론플레이'를 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부위원장이 자신의 주장이 금감위 내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돌출행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이 삼성생명의 부당행위를 주장한 것과 달리 실무담당자들은 "위법ㆍ위규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내부 이견 가능성을 감지할 만한 정황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금감위는 6일 해명자료를 통해 "금감위 내부에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분석은 이 부위원장이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수위원을 거쳐 부위원장에 임명된지 1년이 지났으나 그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게 안팎의 평가다. 때문에 '이제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렇더라도 문제제기의 형식과 내용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와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사고쳤다"는 반응이 많아 이런 방식의 제목소리 내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이 부위원장의 현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내부의 평가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정확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수위 출신인 이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자칫 이번 정부가 특정 기업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