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백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때려 맞은' 전기로 업체들이 정부의 때아닌 '융숭한(?)' 대접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전기로업체 사장들이 연일 과천청사로 초청받아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려다니는가 하면 8일에는 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장관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열린 원자재 수급안정대책회의에선 철근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동국제강 등은 자발적으로 철강재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화답했다. 원자재 대란의 수습대책을 마련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무 부처의 입장과 원자재가 없어 공장 문을 닫게 생긴 중소업체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과 2∼3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단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연초부터 언론이 중국발(發) 원자재 대란과 이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 물가불안의 가능성을 수 차례 경고했지만 정부는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무시했다. 지난해 전기로업체들은 생산을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임에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생산도 늘리지 못했다. 정부의 원자재 대란 수습방식도 논란거리다. 철강재 수출중단의 경우 비록 업체의 자발적 발표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장관주재 회의가 있은지 불과 하루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입 혐의가 짙다. 철근의 경우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t당 5만원 이상 비싸다. 후판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기업, 더구나 상장업체인 철강업체로선 주주중시 경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산업과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하지 않는 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이런 식의 땜질 처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체의 얘기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