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1천3백억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한 사유가 된 지난 98년의 '신탁 손실 보전'은 은행 공동 결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이같은 결의를 묵인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다른 은행들과 국민은행간 과세 형평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신탁 손실 보전은 은행 공동 결의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은행들은 실적배당신탁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 고객들의 항의와 신탁 해지가 잇따르자 은행계정에서 직접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
이에 은감원은 그 해 7월18일 은행들에게 공문(경영2 7122-133)을 보내 "실적배당신탁에 대한 보전금 수입을 최단 시일 내에 해소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은행계정에서의 직접적인 손실 보전을 금지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7월29일 신탁담당자 회의를 열어 보전금 수입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미수이자를 배당률에 반영하고 △이미 발생한 부실부분은 약정배당신탁으로 이체키로 결의했다.
즉 실적배당신탁의 손실을 은행계정에서 직접 보전해 주지 않는 대신 부실자산을 약정배당신탁으로 옮김으로써 '간접적으로' 보전해 주기로 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시는 신탁상품의 손실을 고객에게 부담시킬 경우 신탁자금의 급격한 이탈과 금융시장의 붕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라도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각 은행들은 이같은 결의에 따라 7월30일부터 실적배당상품의 부실자산을 약정배당신탁으로 이체해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
◆ 은감원은 몰랐었나 =은행들의 결의가 있은 후 3개월이 지난 그 해 11월9일 은감원은 뒤늦게 이같은 약정배당신탁으로의 부실자산 이체도 금지시켰다.
이어 99년에는 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벌여 주택은행이 부실자산을 이체한 사실을 적발, 주의적 기관경고를 내렸다.
이번에 국세청이 국민은행에 대해 세금을 추징한 근거도 바로 은감원의 이같은 제재조치였다.
"불법 판정을 받은 행위(부실자산 이체)로 인한 은행의 손실은 손실로 인정할 수 없으니 그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세청이 '간접적 손실보전' 금지조치(99년 11월9일)가 내려지기 전의 부실자산 이체 분과 옛 국민은행 분에 대해서까지 과세 대상으로 삼아 총 2천50억원에 대해 세금(9백94억원)을 추징한 점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99년 11월9일 이전에는 사실상 은감원이 '간접적 손실보전'을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하더라도 99년 11월9일 이후 주택은행 분에 국한해야 하며 만약 그 이전 사항에 대해 추징한다면 다른 은행과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용준ㆍ최철규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