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0:32
수정2006.04.02 00:34
방송 코미디 프로듀서 출신인 조진규 감독은 여성조폭을 내세운 데뷔작 '조폭마누라'(5백20만명)로 평단으로부터 뭇매를 맞았지만 관객들로부터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폭소와 액션을 버무린 이 조폭코미디는 드라마의 진정성보다 각 에피소드들의 재미를 강조한 상업영화였다.
그의 신작 '어깨동무'도 코미디 프로듀서 출신 감독이 지닐 수 있는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졌다.
프로듀서 시절 10초마다 한 번씩 웃음을 끌어 내도록 조련받은 조 감독은 줄거리의 진행과 상관없이 장면마다 웃음의 코드를 집어넣는 데 치중했다.
이 영화는 컨셉트의 참신성에서는 '조폭마누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소재의 시의성에서는 한 걸음 앞서 있다.
영화는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나이트클럽 향응을 촬영한 '몰래카메라 파문'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 졌다.
기업인이 정치인에게 불법자금을 건네는 모습을 포착한 가상의 '몰래비디오테이프 탈취작전'이 중심 소재다.
조폭 말단조직의 두목 김태식(유동근) 일당과 마을청년 '동무'(이성진)가 탈취작전에 함께 얽혀 들면서 소동은 시작된다.
주인공들이 어쩔 수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지는 과정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태식의 부하 꼴통(이문식)과 쌍칼(최령)은 인질인 동무보다 두뇌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실수를 연발한다.
자칫 건조해질 뻔한 조폭 드라마는 가족애와 동지애를 보여주면서 촉촉한 습기를 머금게 된다.
깡패 태식은 아버지와 애인에게 맥을 못추고,꼴통은 자나깨나 여동생 시집보낼 걱정에 싸여 있다.
또 쌍칼은 꼴통을 구하기 위해 사지(死地)에 기꺼이 뛰어든다.
별도로 진행된 동무의 구애작전이 탈취작전과 합류하는 과정에서 '어깨'(조직폭력배를 지칭하는 은어)와 인질 동무가 진짜 '어깨동무'를 한다.
톱스타 유동근과 주연급으로 뛰어오른 이문식의 코믹 연기가 절묘한 호흡을 이뤘다.
전작의 '여성조폭'처럼 이 영화의 '모자란'조폭들은 비주류의 주변인들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오히려 밝고 유쾌하게 이끄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줄거리와 무관한 웃음만을 위한 장치들은 극의 사실성을 떨어뜨리고 감동도 저감시킨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어렵다.
그래서 드라마를 포기하고 코미디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감동보다 한바탕 웃음을 원하는 관객용 영화인 셈이다.
12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