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 당략'이 또다시 국회에서의 선거법 처리를 무산시켰다. 국회는 2일 밤 11시23분 본회의를 속개, 정개특위와 법사위에서 진통끝에 통과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을 처리하려 했으나 민주당 양승부(梁承富) 의원이 통폐합대상 선거구인 전북 무주.진안.장수 등의 선거구 획정을 재조정하는 수정안을 기습상정,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반발로 선거법 처리가 무산됐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무주.진안.장수(정세균), 임실.완주(김태식), 남원.순창(이강래), 김제(장성원) 등 4개 선거구를 무주.진안.장수.임실, 완주.김제, 남원.순창 등 3개 선거구로 조정토록 획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획정안은 통폐합 선거구 대상인 무주.진안.장수를 그대로 둔채 인근의 임실.완주를 쪼개 임실은 무주.진안.장수와 합치고, 완주는 지역적으로 중간에 전주를 끼고 있는 김제와 합치며 남원.순창은 그대로 선거구를 유지토록 함으로써 임실군과김제시 출마 예상자및 주민들의 반발을 사왔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같은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원으로 참여한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개특위에선 별다른 논란없이 이 안은 통과됐고, 제주도를 3석으로 유지하는 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됐다. 파란은 임시국회 회기 종료를 불과 20여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 양승부 의원이"주민들의 생활권및 선거구간 인구수 등을 감안해 무주.장수.순창.남원, 임실.완주.진안, 김제 등 3개 선거구로 다시 선거구를 획정하자"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본회의장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의사일정 제32항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은 민주당 수정안(양승부 의원외 60인)에 대하여 찬성표결 요망'이라는 유인물을 돌리며 `한.민공조'를 당부했다. 선거구 획정이 민주당안대로 이뤄질 경우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과 이강래 의원이 17대 총선에서 불리하게 되고, 민주당 김태식 의원과 김제 출마가 확정된 오홍근 후보 등이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할때 `정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을 가능케하는 대목이다. 수정안이 기습상정되자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은 곧바로 신상발언을 신청했으나 임시국회 회기종료에 쫓겨 서둘러 의사진행을 하던 박관용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선언했다. 이에 김성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은 국회의장석으로 달려가 "선거구획정위에서 마련한 획정안을 국회는 존중해야 한다.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낸 사례가없다"고 표결을 저지했으나 박 의장은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나 수정안을 내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하며 표결 강행을 주장, 한동안 승강이를벌였다. 결국 표결결과 재적의원 271명중 164명이 투표, 찬성 95표, 반대 40표, 기권 29표로 가결됐고 박 의장과 열린우리당 의원들간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겨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된 뒤였다. 이에따라 박 의장은 3당 원내총무를 불러 회기종료 사실을 통보하고 곧바로 산회를 선포한 뒤 선거법 처리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 선거법 처리는 끝내 무산되고말았다. 처리가 무산된 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유용태 원내대표가 요구해 민주당과의 공조를 위해 합의해 준 것"이라며 "정개특위 합의의 근본취지에 어긋난 점을 간과한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뒤늦게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유 대표는 "오늘 아침 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며기습상정을 부인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위가 합의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를허무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사태를 일으킨사람들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 민주당 유용태.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 등은이르면 3일 오전 원내총무.원내대표회담을 갖고 선거법 등 미처리된 정치관계법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3당간 얽히고 설킨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