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전문가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총리 경제자문관(히토쓰바시 경제대학원 교수)은 엔화 환율과 관련,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며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만큼 달러화가치가 올 여름께부터 확실한 상승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대장성 대외협력 차관을 지낸 구로다 자문관을 지난 주말 열린 '참여정부의 비전과 전략' 국제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만나봤다. -----------------------------------------------------------------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장기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가. "지난해 2.7% 성장하는 등 호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성장 내용을 부문별로 보면 50% 가량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덕분이고 25%는 소비로 인한 것이어서, 경제성장의 4분의 3이 내수회복에 힘입은 셈이다. 일본은 10년에 걸친 장기불황중 두 차례의 경기회복 국면이 있었는데 그때는 모두 재정지출 확대에 의존하는 바람에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요즘은 구조조정 효과로 제조업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수출도 늘고 있어 본격 회복세를 탈 것이 분명하다."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IMF(국제통화기금)는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최소한 2.5% 안팎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낮은 수준은 아니다.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던 부실채권 문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디플레 문제만 해결된다면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버블이 끼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데. "중국 경제가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중국의 적정성장률은 7∼8%선으로 판단되는 만큼 지난해 성장률 9.1%엔 약간의 거품이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하고 있는게 문제다." -외환시장이 급등락하고 있다. 엔화는 지난해 달러당 1백20엔대에서 최근 1백5엔대까지 치솟았는데 일본 경제에 악영향은 없는가. "엔고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면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출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못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엔고가 기업수익 악화 및 내수부진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다시 경제를 짓누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엔화가 현재 고평가된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 -올해 엔ㆍ달러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구체적으로 숫자를 전망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의 경제상황을 비교해 본다면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보다 훨씬 좋다. 올해도 미국은 4% 이상, 일본은 2%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따라서 올 여름께부터는 달러 가치가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FTA(자유무역협정) 실적이 부진하다. 일본도 좀더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일본 모두 농업분야에서 약점을 갖고 있는 점이 FTA에서 뒤떨어지게 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국간 쌍무협상은 물론 다자간 협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ㆍ일 FTA와 관련해 한국에선 과연 일본업체들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경우가 그렇다. "농업이 약한 나라들끼리 협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본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걱정한다고 하지만 일본의 경우도 우려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FTA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고 득을 보는 기업도 있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겠는가. "지역 내에 국제적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도 채권시장이 열악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데 큰 원인이 있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채권시장을 만들어내는데 각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 정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