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밀레의 만종, 신윤복의 미인도 등 미술사에 등장하는 동서양 명화들이 새로운 얼굴로 선보인다. 미술관의 한 벽면을 차지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한가운데 교수의 얼굴을 한 예수가, 양 옆에는 앳된 학생들의 얼굴을 한 제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식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붓, 물감등 미술 재료와 미술관련 서적들이 그릇에 담겨있다. 3일부터 4월7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권여현-미술사의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다」전에는 명화를 패러디한 회화, 영상, 설치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 출품작들은 지난 2년간 권여현 국민대학교 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 것. 권교수가 이끄는 '사제동행세미나'의 일환으로, 미술사의 이미지를 재미있게 풍자했다. 권교수의 감독하에 학생들 각자는 한 인물씩을 맡아 자신의 얼굴을 작품속에 넣고 그 위에 옷을 그려낸다.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에는 얼굴을 여학생들의 사진으로 처리한 여인들에게 권교수의 얼굴을 한 천사가 봄의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마사치오의 '낙원추방,' 얀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의 약혼,' 다빈치의 '모나리자,' 라파엘로의 '수태고지,'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고야의 '1808년5월3일, '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뭉크의 '절규'등 미술사에서 주요한 작품들이 기발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김홍도의 '서당,' 신윤복의 '계변가화,' '월하정인,' '미인도'등 조선시대 작품들과 독립군, 안중근, 윤봉길 등 한국 근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배트맨, 울트라맨등을 패러디한 작품들도 소개된다. 누드화에는 학생들 대신 직업모델이 포즈를 취했다고 한다. 또한 권교수의 얼굴에 여성의 몸을 가진 반가사유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패러디한 여인상, 변기를 소재로 한 뒤샹의 샘, 여기에 거울과 문 등 개별적인 요소들을 조합한 입체설치작업 '나는생각한다, 고로 나는 너의 머릿속에 존재한다'도 전시된다. 권교수는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정체성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부여한 것들에 의해 구성된다"고 강조한다. 이번 작업은 '미술을 가르치는일' 자체를 하나의 창작행위로 보여주며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와 '그림을 본다'는행위의 거리감을 좁혀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736-4371 (서울=연합뉴스) 김은주 기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