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회의가 재정경제부 주최로 "동북아의 변화하는 리더십하에서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개막됐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로널드 존스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비롯,회의에 참석한 국제 경제전문가들은 "세계가 보는 한국경제"와 "경제선진화의 방향과 정책과제"라는 두 가지 주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한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동 금융 교육 등 각 분야에서 꾸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보다 유연하면서도 일관성있는 정책을 권고했다. 쾰러 IMF 총재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고,존스턴 OECD 사무총장은 "중국시장의 부상은 한국에 산업 공동화 등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며 "지식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차별화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윌리엄 벨쉐어 JP모건 아시아본부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경제중심이 되려면 교육과 노동 등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 분야에서 광범위한 개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회의에는 국내외 금융계 인사와 정치인 석학 등 24명이 주제발표 및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8백여명이 토론내용을 경청했다. 다음은 주요 발표 및 토론내용. ◆'중국쇼크'대책 시급 토론자들은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분야로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존스턴 총장은 "중국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라고 전제하고 "도전을 극복하려면 지식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교육을 비롯한 교육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바티키오티스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 편집국장은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잇달으면서 산업공동화에 대하 우려가 높아지는 것으로 안다"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협한 시각을 고쳐야 공동화의 갭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유연해야 일자리 생긴다 쾰러 총재는 한국 경제가 향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융부문 효율화 △노동시장 현대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노동시장 현대화와 관련,"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투쟁적인 노사관계를 순치하지 않고는 외국인 투자와 역내 경제중심 구축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벨쉐어 본부장도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국의 경제 성장은 고부가가치 창출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경직된 노동 시장과 반기업적 규제들을 선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부실은 성장의 걸림돌 금융부문에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국 국제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의 브라이언 컬튼 아시아본부장은 "LG카드 처리과정을 보면 한국 정부의 부실기업 처리 의지가 퇴색한 것 같다"며 "비은행 부문의 부실과 금융감독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렌스 클라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금융부문에 문제가 남아있어 지속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을 주문했다. 클라인 교수는 또 "빈곤 퇴치보다 공평한 소득,부의 분배를 위한 프로그램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며 외환극복 과정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에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 박수진·이정호·김동윤 기자 parksj@hankyung.com